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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Sep 10. 2021

아이마다 자기만의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

  안녕하세요. 2학년 담임교사 이경원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마음을 청명하게 해주는 가을입니다.     


  가정에서는 아이와 어찌 지내시는지요? 저는 중학생 자녀와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듯 지내고 있습니다. 어쩜 이리 수시로 감정이 변하는지…. 꺄르르르 웃다가 번뜩 신경질을 부리고, 갑자기 애교를 떨다가 화를 내기도 합니다. 어느 장단에 어떻게 호응해야 할지 참 어렵습니다. 그러다가도 우연히 저와 아이의 감정이 일치하는 순간 빵하고 터지는 웃음에 의미를 두며 오늘을 살아내고 있네요. ^^     

  

  아이는 그런가 봐요. 언제나 나의 곁에서 머물러주는 가족한테는 마구마구 감정 표현하며 상처주는 미운 오리 같지만, 밖에서는 좋은 모습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은가 봐요. 웬수 같은 우리 중학생 딸도 학교에선 웬수는 아닌 걸 보면요^^. 이곳저곳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가장 편한 가족에게 믿고 풀어내는 걸 거예요. 집에서의 모습에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아이와 실랑이하면 마음이 편치 않지요? 저는 그런 날이면 잠시 장소를 옮겨 저만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냈던 기억을 되새겨봅니다. 그 시기를 살아낸 어른 시선으로 보면 별것 아닌 것 같고, 답답하고 어설퍼 보이기에 섣부른 판단과 충고로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지금 그 시기를 살아내고 있는 아이는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을 텐데 말이지요.      


  흐린 날은 괜히 마음이 우울하고, 비 오는 날은 몸이 쑤시기도 하며, 어른인 저도 저만의 마음의 병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듯 아이 또한 자기만의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그럴 때면 한 참 미안해지더라구요.     

 

  학교에서는 순수한 우리반 아이들의 기운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 문득문득 학급 아이 모습과 행동을 떠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그 웃음이 아침 피로와 피곤을 싹 지워주고요. 그리고 그 어림이 참 귀엽습니다. 그래서 일상이 감사하기도 하구요.          


  얼마 전, 3학년 과학 수업시간 ‘생식과 발생’ 단원을 지도하다가 ‘아이의 탄생’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아이와 나의 만남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움에 감사하며, 퇴근하자마자 아들 손을 잡아 보았습니다. 손가락 하나하나 만지면서요. 부족할 수도, 혹여 더 많을 수도 있는데 딱 5개의 손가락, 발가락, 그리고 건강한 모습.      Alexander Tsiaras: 알렉산더 치아라스 : 사진으로 보는 임신에서 출산까지 | TED Talk


  문득, 출산 때 빌었던 간절한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건강하게만….’이런 간절함을 넘어 건강한 아이로 곁에 존재하고 있음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 마음을 잃지 않으려 의도적, 의식적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쉽지 않겠지요. 지금의 마음을 잊고, 다시 화를 내고, 실망하고, 무관심으로 상처 주는 일이 생기겠지만 마음만은 다짐해봅니다.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     


  아~그리고, 소중한 아이들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시선과 손길도 너무 따뜻한 황둔중학교입니다. 아이를 향한 시선과 마음을 나누다가 부모님과도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책 두 권을 준비했습니다. 한 권은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라는 그림책이고, 다른 한 권은 선물이라는 책입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라는 그림책은 굽이치고 부딪치고 부서져도, 남과 다른 자신을 긍정하며 아픔을 딛고 자라는 성장 이야기입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도 그렇게 자신만의 아픔을 치유하며 성장하고 있지 않을까요? 잠시 그림책 보시면서 아이 시선 마주하며 ‘요즘 마음은 어때?’하고 물어봐 주시면 어떨지요.     


  선물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떨구며 읽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알려준 귀중한 선물 같은 책입니다. 유아-초등-중고등-성장기록 등 총 4장으로 되어있습니다. 바쁘시면 4장만이라도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대소변을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수십 장의 기저귀를 챙겨 다니는 부모 마음과 그 실천에 감동과 반성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는 ‘하루 수십 장의 기저귀를 준비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우리 아이를 보고 있었나? 우리 학교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나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통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이 생각과 감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창피하고, 미안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래 부모 처음이니까 실수할 수 있어.. 나쁘게 

  되는 걸 바란 적은 없으니까’위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가장 약한 자를 품는 사회에서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다.  모두가 타고난 그대로의 다양한 기질과 능력대로 존중받고, 두려움 없이 실수와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게 된다.    - ‘선물’, 306쪽 -     

  아이와의 여행. 아이들이 마음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나누며 즐거운 성장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 역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존중하며, 함께 여행하는 학교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소외되지 않게, 각자 그대로의 기질과 능력이 존중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얼마 지나면 한가위입니다. 긴 연휴기간 아이와 함께 별빛달빛 함께 바라보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산책할 시간이 함께하시길 두 손 모아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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