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사람
8월 초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매년 1월에 있는 사회복지사 1급 시험 응시자격에 해당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급 자격증 과정을 수료하는 김에 1급 시험에도 도전해 봐야지 생각했는데, 생각이 점점 더 확장되어서 내년에는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워크넷에서 여러 가지 구인글을 확인해 보니, 사회복지사 업무는 서류 작업이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을 우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컴활 1급 자격증 취득까지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자격증 취득 과정을 검색해 보니 필기시험에 합격 후 실기 시험을 치게 되는데, 필기시험은 1-2주일 기출문제를 공부하고 취득했다는 후기가 많았다. 2024년이 되고 시험이 개정되면서 필기, 실기 모두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이 출제되어 난이도가 올라갔다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실기는 매우 어렵게 합격한 반면 필기시험은 비교적 쉽게 합격했다는 후기를 보았다. 나도 후기를 참고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책도 사고, 출판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문제도 풀고, 헷갈리는 부분은 유튜브에서 무료 강의를 들었다. 봐도 봐도 새로운 문제와 선택지가 많아서 붙을 수 있는지 긴가민가했지만, 일단 10일 정도를 공부하고 '첫 번째' 필기시험을 보러 갔다.
1시간 동안 기출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의 문제들을 풀며... 강하게 확신했다. 불합격을...ㅎ 찍신이 들렸다면 붙었을 것이고 아니면 탈락했을 것이오... 하며 바로 다음날 시험 결과를 확인했다. '첫 번째'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 결과는 딱 1문제 차이로 불합격! 하... 컴퓨터 활용과는 하등 상관없는 지엽적인 내용의 문제들이 떠올라 화가 나면서도, 결과라도 빨리 알려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시험(4일 뒤)을 다시 신청했다.
필기에서 엑셀과 액세스의 기능들에 대한 굉장히 구체적인 질문들이 나오는 만큼 필기 먼저 붙겠다는 생각보다는 실기랑 같이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듣기로 했다. 기출문제 풀이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필기시험 내용을 추가로 공부하기보다는 복습을 하고, 실기 시험을 따라 풀며 엑셀과 조금 친해지고 2차 시험을 보게 되었다.
예감이 나쁘지 않았다. 첫 번째 시험보다는 덜 당황하며 문제를 풀었고, 간당간당하게라도 붙겠지 생각하며 시험장을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광탈! 엑셀 관련 실기 공부까지 하고 갔는데 스프레드시트 과목 점수가 더 낮아져 과락 기준에도 못 미치는 점수가 나왔다. '나... 정말로 이젠 멍청이가 된 건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 것이 눈물겨웠다. 그래도 대학교 졸업한 뒤에도 토익이며 SQL 자격증이며 공부한 만큼 원하는 결과를 쉽게 내는 사람이었는데... 남들은 1-2주 공부하고 붙는다는데 난 왜 벌써 두 번이나 떨어진 거지? 시험장까지 1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그 시간도 아깝고, 교통비도 아깝고, 응시료로 쓴 4만 원가량의 돈도 아까웠다.
컴퓨터 활용능력 시험은 굉장히 자주 시행되는 만큼 문제 은행에서 랜덤으로 출제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운이 합격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 문제 뽑기 운이 벌써 두 번이나 굉장히 안 좋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1-2주를 소요했다는 후기에 나도 그 시간 내에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너무 서둘렀다는 것.
아직 엑셀이 많이 낯설고 액세스는 실행해보지도 않았으면서 8월 내로 필기를 붙고 9월 내에 실기를 붙어야겠다고 촉박한 목표를 세웠다. 단순히 남들이 그렇게 했다는 후기를 보고... 어차피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나와서 취업을 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3월 이후인데 뭐가 그렇게 조급했을까?
이 경험은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준비하는 나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교훈을 미리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아니, 앞으로도 남들을 의식하는 조급함 때문에 길을 더 돌아가지 말라고 말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조금 일찍 가거나 조금 늦게 가는 것보다는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놈의 급한 성격은 정말 고치기가 힘들다. 이번에는 급하게 시험을 보지 않고 천천히 공부하고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 때 시험을 신청하기로 했다. 나의 속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