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만든 우아한 네트워크

동 루이스 1세 다리

by 혜아

이 어마어마한 아치, 첫날에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일주일 뒤에는 벌써 당연한 듯 느껴지는 거대한 군중 속에서 100만 명이 거주하는 두 도시를 연결하는 이 아치 -먼 곳을 이어 주는 우아한 네트워크 - 는 견고함의 상징처럼 보인다.

-슈테판 츠바이크 <수많은 운명의 집>



그 다리를 건널 때마다, 그 자체가 휘황찬란한 모험처럼 여겨졌다. 가끔 푹푹 거리며 다가오는 지상 전차는 알아서 피해야 한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과 전차의 철로 사이에 경계선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앞뒤로 정신없이 지나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된다.

누가 이 다리 위에서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있을까.

특히 초저녁에 다리 위에서 바라본 도시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포르투의 도우루 강을 가로지르는 철제 아치형 다리.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포르투 구시가지 히베이라와 강 건너편의 빌라 노바 드 가이아를 연결하는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다리를 설계한 사람은 벨기에 출신 엔지니어인 테오필 세리그(Theophile Seyring)인데, 그는 에펠탑의 설계자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이자 오랜 협력자였다.


당시 포르투는 급격히 성장하는 상업 도시였고, 가이아 지역의 와인 창고들과 시내를 잇는 교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포르투 시 정부는 도시의 확장을 대비하기 위해 기존의 목조교 대신 철제 구조물로 된 새로운 다리 건설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길이 약 385m, 최대 아치의 높이는 45m인 아름다운 철제 아치교가 탄생했다.


동 루이스 다리는 이층 구조로, 상단과 하단 두 개의 통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상층부는 포르투 도시철도와 보행자 통행로, 그리고 하층부는 차량과 도보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다. 즉, 동 루이스 다리 상하층 모두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구조다. 우리는 매일 노을이 지기 전에 다리 상단으로 건너가서 가이아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해가 강을 따라 서쪽으로 길게 떨어지면 포르투의 지붕들은 모두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도시의 경계선 너머로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서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럼 다시 다리 하단으로 내려와 강바람을 맞으며 구시가지로 돌아왔다.


동 루이스 다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을 명소가 된 건, 우연이었을까? 후대의 해석에 따르면 세리그는 도우루 강의 흐름, 주변 언덕의 방향, 그리고 해 질 녘의 태양 각도까지 계산해 다리의 곡선을 설계한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포르투의 노을이 다리 위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설계했다, 일리가 있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1879년 포르투 시 당국은 도우루 강을 잇는 새로운 교량 설계를 공모했다. 그때 여러 설계안이 제출되었고, 흥미로운 점은 귀스타브 에펠의 회사도 입찰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채택된 것은 세리그의 이중 데크 아치교 설계였다. 두 층의 통행로를 하나의 아치로 연결한 구조는 도시 확장을 앞두고 있던 포르투에게 가장 합리적인 해답이 되었다.


저 어마어마한 아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왠지 거칠고 자연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 철제 다리가 오히려 도시에 내재된 아름다움을 부각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도시 여행에서 꼭 경외심 같은 것이 드는 때는 이런 순간이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과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낭만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이미지로 바꿔놓았을 때, 첫 번째로 떠오르는 건 단연코 여기 동 루이스 다리일 것이다. 누가 이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p.s. 슈테판 츠바이크가 어마어마한 아치라고 언급한 다리는 뉴욕의 브루클린 브리지이다.



동 루이스 다리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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