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나무 정원과 아줄레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작은 성당의 외벽

by 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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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골목을 걷다가 그 정원에 닿았다. 사람들로 붐비는 광장 뒤편에 아는 사람만 알 것 같은 한적하고 조용한 공원이었다. 중앙에는 신기한 나무들이 초록색 연못을 감싸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요리조리 산책길이 이어지고 곳곳에는 커다란 벤치가 놓여있다. 이곳에선 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공원을 걷다가 눈에 띄는 나무를 발견했다. 튼튼해 보이는 콘크리트 건물 지붕 위에 몽실몽실 피어있는 올리브 나무였다. 나무의 모양이나 분위기가 서울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버드나무가 떠오르는데, 이제부터는 올리브 나무라고 답할 것 같다.


올리브 나무는 인간이 재배한 역사가 최소 6,000년 이상이라고 한다. 지중해 문명과 함께 자라온 가장 오래된 나무이자 강한 바람이나 척박한 토양에서도 뿌리를 잘 내리는 튼튼한 나무.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는 유엔의 엠블럼에도 쓰였다. 생각해 보면 올리브 오일만큼 다른 음식에 풍미를 더해주는 식재료가 또 있을까. 포르투에서 먹었던 모든 해산물 요리에는 올리브 오일이 옅게 뿌려져 있었다. 구운 연어, 삶은 감자, 씁쓸한 케일이나 루꼴라까지도 올리브 오일 한 스푼에 감칠맛이 더해지는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단 하루도 음식에 올리브 오일을 쓰지 않는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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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보통의 책에 올리브유에 대한 재미있는 표현이 나온다.


"다양한 식재료가 서로 조화를 이루게 만드는 올리브유의 지휘 아래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토마토와 후추까지도 싸움을 멈추고 협력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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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나무 정원에서 겨우 발걸음을 떼고 그곳에 도착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작은 성당의 외벽 앞이었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여행의 목적지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어떤 사진 한 장은 때론 내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 포르투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아줄레주였다. 알마스 성당의 외벽 전체를 덮고 있는 타일의 수는 약 16,000장에 이른다. 흰 바탕에 푸른 문양이 새겨진 포르투갈의 전통 장식 타일. 아줄레주라는 단어는 아랍어에서 유래했는데 '윤이 나는 돌'이라는 뜻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발전한 세라믹 타일의 장식 예술로 오래전부터 도시 전체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타일이 겉모습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고 해서 단순한 장식이라고 소비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아줄레주에는 그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이미지나 패턴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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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맞은편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거대하고 푸른 벽화를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쳤지만 대부분은 사진으로 장소를 기억하려 애쓰고 있었다. 양쪽 두 개의 도보 사이로는 차들과 오토바이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다.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 마음에 드는 한 장의 사진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카메라를 들었다. 새로 산 카메라가 아직 손에 익지도 않았지만 어떤 것이든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 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동안 엄마에게 맡겨둔 내 휴대폰 속 사진첩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순간, 오른손에 카메라를 쥐고 어딘가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남겨두는 그녀의 사진에 매번 감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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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진 것으로부터 추운 만큼 따뜻해질 수 있는 계절이 오고 있다. 맑고 투명한 아줄레주의 색채와 올리브 나무 공원의 따뜻함으로 겨울을 지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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