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언어의 도시 여행하기

아베이루 가는 아침 기차

by 혜아

창밖으로 손을 뻗어보니 조금 차가운 바람이 손끝에 닿는다. 오늘 입을 옷을 결정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 어제와는 다르게 겉옷이 필요하겠다. 딸기맛 요거트에 견과류와 포도 알갱이를 듬뿍 넣고 아침을 먹으며 따뜻한 물을 끓인다. 한국에서 가져온 인스턴트커피를 위한 것이다. 언제나 차를 마시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한다. 커피가 좋은 걸 어쩌겠어 하며 머그컵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고소한 커피 향이 번지기 시작한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도 제법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온전히 따뜻한 커피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이렇게까지 계획을 설렁설렁 세워두고 떠나온 여행은 처음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여행을 했다 싶다가도, 애초에 여행에서 왜 효율성을 따지는지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이틀 전 상 벤투역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싶었지. 어딘가로, 어디로든.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지나쳤던 역이 있다. 정신없이 졸다가 잠시 정차한 곳에서 눈이 떠진 짧은 순간, 아줄레주가 수놓아진 외벽과 AVEIRO라는 글자가 보였다. 규모는 작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외관, 청백색의 타일에서 눈을 뗼 수 없었다.


많은 정보를 알지 못해도 마음이 끌리는 것이 있다.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감각이 동하는 것들. 무작정 산책길에 나서는 것이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처럼 말이다.


목적지를 정하니 하루의 시작이 쉬워진 것도 같다.

초봄의 쌀쌀한 기온을 고스란히 느끼며 아베이루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맞은편 자리에는 어느 부부가 앉았는데 가는 내내 종이책을 읽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짧은 기간, 손에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쳤다. 그들의 모습은 내게 어쩌면 삶을 고양시키는 것과 같은 것.


모르는 언어의 도시를 여행할 때 경험은 오히려 풍부해진다. 현실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광고판이나 영상, 쉴 새 없이 새어 들어오는 새롭지만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에서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도 알아들을 수 없고 글자를 읽을 수도 없으니 시선과 생각은 온전히 내게 속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배워야 하는 곳에서 마음이 편해지는 역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서 늘 똑같은 상태가 되는 것일까.


강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까지 오고 싶었던 이유는, 그냥 흘려보내던 순간을 다른 차원에서 잡아두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변하는 창 밖을 응시하다보니 다시 그 푸른색 아줄레주의 기차역에 도착했다. 아베이루는 어떤 도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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