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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무지개를 펼치기, 활짝

by 혜아

이 브런치북의 연재는 한 예술가의 인터뷰 장면에서 비롯되었다.

아이슬란드계 덴마크인 예술가인 올라퍼 엘리아슨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앱스트랙트:디자인의 미학>에서 자신의 초기 작품인 <Beauty(1993)>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무지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별게 없더라고요. 눈, 물방울, 조명이 이루는 각도가 모든 걸 결정하죠. 여기서 눈을 제거하면 각도가 사라지며 무지개도 사라집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여러분이 보는 무지개를 못 봐요. 눈이 다른 위치에 있거든요. 이 공간은 당신의 존재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당신이 전시장을 나가면 그 방엔 아무도 안 남아요. 예술도 사라지죠.


무지개의 존재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어요. '나의 두 눈을 믿고 세상과 호응하는 나의 능력을 신뢰하느냐'가 문제죠."


나에게 이 인터뷰는 영화나 책, 예술 작품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해석이 그 존재 자체로 특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 일(Career)에 대한 경험과 그에 따른 배움에도 마땅히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특히 일(Career)에 있어서는 알게 모르게 세상에서 '객관적'이라 합의된 정보의 그림자 안에 숨어서 지낸 것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나의 '느낌'은 일에 대한 개인적 경험, 생각, 배움, 방식, 태도와 같은 것들의 고유한 색을 잃게 만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개인적인 경험을 스스로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게 되는 상황도 가끔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이 걸어온 길은 스스로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이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그렇게 생각이 닿자, 객관적인 정보 안에서 숨어 지내던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그래서 이 브런치북의 연재는 자신에 대한 그 미안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경험을 글로 적어 내려갈 때, 구겨져 있던 종이가 쫙 펴지는 느낌이거나 자글자글 주름이 많던 셔츠를 뜨거운 다리미로 쓱쓱 다리는 느낌이 든다. 이 연재는 어쩌면 그동안 구겨져 있었을 경험과 배움을 빳빳하게 펼쳐 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존재한다. 우리의 무지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니까, 그것을 어느 누구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이 브런치북은 제가 외국계 기업에서 2년간 외국인 투자 애널리스트(Foreign Investment Analyst)라는 직무로 일하며 배우고 익혔던 것을 9화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일을 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다른 업무의 총합체와도 같은 일이라 여겨졌는데요. 무엇보다 어떤 때에, '이 일은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네?'라고 생각했던 작은 일조차 나중에는 꼭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일의 모든 과정을 계획, 기획하고 진행하는 실무자는 저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 터득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재는 한 개인의 배움에 대한 기록이자 업무에 대한 오답노트 정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게 이 브런치북의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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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