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독서의 즐거움

무라카미 하루키와 오에 겐자부로

by 혜아

사실은 최근에야 내가 하고 있는 독서 방식이 병렬독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병렬독서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것을 뜻하는데, 나는 정말 예전부터 2~3권의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는 것을 참 좋아했다.

혹시 이거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들고 한 권을 진득하게 읽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역시 책은 이 책, 저 책 읽는 것이 내 방식에 맞는 것 같다.

요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녁나절에 면도하기>와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을 함께 읽고 있었는데 정말로 즐거운 일이 있었다. (그나저나 하루키의 에세이는 어찌나 많은지 읽어도 읽어도 계속해서 새로운 에세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것도 즐거운 일이다)


ⓒ 2025 by hyeah

"한편 정반대의 이야기가 될 텐데, 오에 겐자부로 씨의 옛날 작품 중에 <보기 전에 뛰어라>는 책이 있다. 젊은 시절 그 제목을 보았을 때, '그래, 보기 전에 뛰어야 하는구나'하고 희한하게 몹시 공감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도 역시 하나의 철학일지 모른다. 1970년 전후의 어렵던 시대에는 그 '보기 전에 뛰어라'는 말은 하나의 유행어처럼 쓰이기도 했다. 이블 크니블 씨와 오에 겐자부로 씨가 무릎을 맞대고 점프에 대해서 대담을 나눈다면 정말 재미있을 텐데 아마 하지 않겠지."

무라카미 하루키 <저녁나절에 면도하기> 중


"이튿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큰 서점에 가봤습니다. 그랬더니 새빨간 책과 녹색 책, 두 권으로 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그 산 너머로 가여운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가 몇 권쯤 부끄러운 듯 제 쪽을 보고 있더군요. 단테의 <신곡>에 들어간 보티첼리의 삽화로 표지를 입힌 아름다운 책이 말이죠. 말할 것도 없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그 책은 <노르웨이의 숲>이었습니다. 그해는 제가 작가 생활을 하면서, 다음 세대의 위협적인 그림자가 드리우던 최초의 해이자, 가장 결정적인 위기가 닥친 해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웃음)"

오에 겐자부로 <읽는 인간> 중


ⓒ 2025 by hyeah


지금까지 읽었던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오에 겐자부로가 언급된 책은 이 <저녁나절에 면도하기>가 처음이다. 어라, 지금 오에 겐자부로 책을 같이 읽고 있는데 신기하네 하고는 <읽는 인간>으로 넘어왔는데 이쪽에서는 오에 겐자부로가 다음 세대의 작가(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위협적인 그림자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책을 동시에 읽으면 작가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지켜볼 수 있는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 문학상을 받기 7년 전에는 작가로서 어떤 위기감을 느낀 시기도 있었구나, 그리고 그 위기감을 느끼게 한 신진 세대의 작가는 하루키였구나, 그 신진 세대의 작가는 또 선배 작가의 옛날 작품을 읽으며 희한하게 몹시 공감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잠시 다른 책이지만 알랭드보통의 <히드로 공항 다이어리>라는 에세이에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노르웨이의 숲>을 들고 있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소설을 펴내는 작가들도 웃고 울며 답을 알아가는 과정이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다. 어딘가에서는 백 퍼센트의 전력을 다하고 매번 최고를 달성하도록 요구하지만 내 자신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질 때, 어떤 해결책이나 조언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 좋아하는 작가나 음악가들이 존재하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도망치지 말고 어떻게든 해냈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렇게 해나갔으니까 당신도 해낼 수 있다 하고 그런 메시지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음악이든 영화든 책이든.


매번 하는 일이 최고가 아니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반듯하게 지내도록 격려받는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이 병렬독서라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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