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의 글 쓰기

범고래들 사이의 치어 한 마리

by 혜아


(1)

브런치북에 '사랑하는 것들에 대하여 자유롭게 씁니다'라는 호기로운 문구를 걸어놓고 고작 9화 만에 '나 뭐 쓰지..' 하는 시간에 봉착했다. 작가의 서랍에는 이거 써야지, 저거 써야지 하면서 제목만 써둔 글이 넘치려고 하지만 그것들은 수심이 깊은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채 얕은 개울물에 남아있을 뿐이다. 글로 적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뿐인데 혹시 주변에 좋아하는 것이 적어진 거 아니야? 하고 돌아보면 또 그렇지는 않은데. 예전 브런치북 어딘가에 '브런치에서 우리는 작가니까요'하고선, 실은 매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이유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오는 감정일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독자로서 브런치 안을 헤엄치다보면 자주 감탄하는 글을 발견하게 되니까.


바다의 정점에서 활개를 치는 멋진 범고래들 사이에 알에서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치어. 치어(fry)는 보통 크기가 작고, 이동 능력도 약하며, 포식에 매우 취약한 시기의 물고기 새끼를 말한다.


(2)

하지면 치어면 또 어때 하면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좋은 글들을 많이 읽고 행복해 져서는 ‘그만큼 나아지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 어딘가 목적이 있다면 무언가를 기록하며 스스로 조금씩은 더 발전하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치어와 같은 생각이 드는 건 그리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훌륭한 글들 사이에 슬쩍 껴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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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면에서는 그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어쩌면 과한 자의식 아니야? 하는 생각도 든다. 형편없는 글을 쓰든 말든, 그걸 그렇게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면 말이다.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음에도 글을 올리곤 부끄러워서 그 글을 다시 읽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대단한 작가라도 된 양 말이다.


어쨌든 간에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것을 끈기 있게 이어나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면서도 동시에 하고 싶은 일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게 직면하는 모종의 두려움 같은 감정을 돌파하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과한 자기 검열은 조금 제쳐두고서 말이다.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춤을 출 수 있을 때 춤을 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


(4)

다음 주에도 이번 주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될지 그건 모르겠다. 아마 같은 고민을 하면 부끄러움의 글 쓰기(2)가 나올 수도 있겠다. 같은 제목의 글이 써지더라도 그건 (아무튼)자신의 개선하고 싶은 부분에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는 증거니까 그건 그거대로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5)

그렇게 치어는 바다에 휩쓸리면서도 끝내는 자신의 방향으로 헤엄치는 법을 배운다.


ⓒ 2025 by h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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