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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rabyell
Dec 13. 2024
라비엘 베이크샵 - 1
'진심을 담아 정성껏 요리합니다.'
김치찌개 집 사장님은 진심을 담아 써 붙였겠지만, 딱히 누구에게도 가 닿지 못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엔 너무 흔한 다짐이고 각오
니까.
루나는 오늘도 출근길에 김치찌개 집
의
진심과 마주쳤다.
'
진심을 담은 요리
'
루나만큼은 이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알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루나가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무언가의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진심을 요리에 담아낸다.
15년쯤 전에 루나는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자신이 만든 시폰 케이크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중학교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
자신 있던 국어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서러움이 폭발
했다
. 도저히 감정을 추스르지 못할 때면 루나는 베이킹 책을 뒤적거렸다. 그
러
고는
하나를
골라
따라
만들곤 했는데,
무설탕
생크림을
곁들인
시폰케이크가 단골 메뉴였다
.
그날도 어김없이 시폰케이크를 구웠다. 아는 문제를 틀렸다는 자책 속에서 머랭을 올리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에 분노하며 얼그레이를 우렸다.
신기한
점이라면
식은
케이크를
틀에서
꺼낼
때쯤,
온 마음을 휘젓던 감정의 폭풍이 온데간데
없어졌다는 사실이었다
.
그렇게
서러움이 가득 담긴 얼그레이
시폰케이크가 완성되었다. 좀 전까지 온몸을 가득 채웠던 어떤 마음이 자신을 떠났고, 시폰 케이크에 가 닿았다.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답할 자신은 없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나의 감정이 내가 만든 케이크로 옮겨갔다!
'라비엘 베이크샵, 진심을 담아서 굽습니다.'
루나가 쓴 네이버
스토어 소
개글
역시
누구에게도 가 닿지
못할 터이다.
그
러거나 말거나
이스터에그처럼 진실을 숨겨두었
다.
밤사이 들어온 주문 건수를 확인하고는 냉동실에서 에그타르트를 꺼냈다. 배송되는 동안
깨지지 않게 뽁뽁이를 감아 아이스박스에 담는다. 맑음맛 에그타르트 일곱 박스
에는 말하자면 행복이 담겨있다.
벽에 쓰인
'
맑음 맛' 옆의 숫자를 21로 고치고는 다시금 타르트를 구울 채비를 한다.
3평짜리 지하 작업실에서 루나는 매일같이 마음을 구워낸다.
keyword
베이커리
진심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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