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별이 오른 골반을 부여잡으며 소리를 질렀다.
"뭔일이야?"
안쪽 방에서 깜짝 놀라는 소리가 들린다.
"아, 같은 자세로 너무 오래 있었나봐. 골반 부서지는 줄."
"아 뭔데."
다시 소파에 자세를 고쳐누운 별은 퇴근 했을 때의 모습 그대로이다. 퇴근하자마자 소파에 누워 2시간째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죽은 눈으로 쇼츠만 보고 있었다. 사실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넘기고만 있었다.
8시 반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자 그제서야 저녁을 안 먹었다는 걸 자각했다. 대단한 결심으로 몸을 일으켜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뭘 해먹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잠시 '그냥 굶을까?' 싶다가 '그래도..' 싶어서 찬장에서 라면을 꺼냈다.
빨간 국물이 조금 남은 빈 냄비를 앞에 두고 소파에 등을 기대 앉아 꼼짝을 않는다. 누군가 보면 '척추 수술 1,700만원'을 외칠듯한 자세로 눈은 다시 아까의 죽은 눈이다.
그렇게 쇼츠에 빠져든지 다시 1시간, 오른쪽 위 숫자가 10:01이 되자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미쳤지.'
별은 요즘 이게 틀렸다는 것을 느끼고 있음에도 매일 저녁이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별이 스스로를 돌본다는 증거는 라면에 올리는 계란이 유일하다. 그래도 내일 출근은 해야하기에 잘 준비를 시작한다.
'빨래 돌리고 출근했으니까 집 오면 널어라.'
큰언니의 잔소리는 어째 내가 스스로 집안일을 할 기회를 주질 않는다. 카톡으로 날아든 잔소리지만 음성지원이 되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알아서 어련히도 잘 할텐데. 그래도 별은 솔의 말이라면 어기는 일이 잘 없다.
빨래를 널고 있으니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손에 케이크 상자를 든 루나다.
"어? 언니 빨리 왔네? 그거 뭐야?"
"니가 해달라고 한 거."
"오!"
토끼눈의 별은 오랜만에 생기를 되찾은 표정이다. 손에 들었던 빨래를 다시 세탁기 안으로 집어던지고서는 루나에게 깡총거리며 뛰어갔다.
"나도 그렇게 좀 반겨봐라."
케이크를 머리 위로 들고는 신나서 거실을 돌아다니는 별의 모습에 루나가 웃으며 타박했다.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던 디저트는 어떤 모습일까. 별은 어제까지만 해도 라면 냄비가 있던 자리에 케이크 상자를 올리곤 상자를 열기 시작했다.
엄청난 게 나올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