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는 최근 골칫거리가 생겼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디저트를 만들어 달라고?'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부탁이다. 며칠째 그럴듯한 해답을 찾고 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아니, 애초에 아이디어가 샘솟는 감정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 게 있었으면 지금처럼 끝없는 고민에 빠져있을 리도 없다. 디저트 한 조각이면 기깔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순식간에 문제가 해결되었을 테니. 그리고 그게 가능했으면 기막힌 사업아이템을 생각해 내서 내가 먼저 백만장자 했겠지!
작업실 벽에 기대어 앉아 뒤통수를 벽에 연신 부딪히며 괴로워했다.
"웅-"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
콩콩, 여전히 가볍게 머리로 소리를 내다가 핸드폰 화면을 밝혔다. 인스타 DM 알람이었다.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또 재미있는 걸 찾은 모양이다. 평소에는 인스타를 멀리하는 루나지만 가끔 이렇게 DM이 올 때면 탐색탭에서 몇 시간씩 허우적대곤 한다. 도파민 폭탄에서 영 자유롭지 못한 편이다.
'이건 또 뭔 신박한 디자인이람.'
알고리즘은 케이크 프로스팅 릴스로 루나를 인도했는데, 매번 속절없이 빠져들게 된다. 오늘도 1시간을 가볍게 넘겨서까지 다른 사람들의 프로스팅 스킬을 보고 있었다. 세상에는 어쩜 이렇게도 천재가 많은지. 아이디어도, 스킬도 하루이틀 만에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의 고수들만 사는 세상이다.
에휴, 할 일이나 해야지.
시간도 버리고 자존감도 잃었다는 생각에 또다시 우울해졌지만,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닌데 뭐. 이제는 천재들만 가득해 보이는 SNS 때문에 우울해지는 게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 안다. 과감히 핸드폰을 덮어두고 다시 하던 일로 돌아왔다. 바로 허공을 노려 보는 일. 아무 생각 없어 보여도 나름 바쁘게 머리를 굴리는 중이다.
'중요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하는 거지. 처음에 이걸 시작할 땐 신나서 언제까지고 이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말이야.'
강물처럼 흘려보내던 생각들 사이로 작게 '반짝'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래. 지금 필요한 건 어쩌면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마자 루나는 작업실을 나와 가까운 마트로 향했다. 에그타르트 재료는 작업실에 다 있을 텐데? 아무래도 다른 게 필요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