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기대에 부풀었던 별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세상에 없던 신박한 디저트를 바랐지만, 상자 안에는 자주 보던 케이크가 있었다.
"이거 딸기 케이크잖아?"
"어, 시트는 초코시트. 니가 좋아하는 거."
"아이디어는?"
"그거라니까?"
"이게? 이거 언니가 심심하면 구워오는 거잖아."
"저저, 또 먹어보지도 않고 저러지. 맘에 안 들면 먹지 말든가."
루나는 별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던 것인지 무심하게 대꾸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금 안 먹을 거면 냉장고 넣어라."
한번 더 별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욕실로 들어갔다.
침대에서 핸드폰이나 만지다가 배가 고파져 일어나는 토요일 아침, 아니 점심. 습관처럼 열어본 냉장고에는 어제 그 케이크가 보인다.
'아무리 동생 부탁이 돈이 안 돼도 그렇지 딸기케이크로 퉁치려고 하다니.'
다시 한번 실망의 말을 되뇌었지만, 행동은 다르게 움직인다. 곧장 캡슐 커피 하나를 내리고 케이크를 한 조각 잘랐다. 언니들은 아직 자는 모양이다. 조용한 거실에는 해가 밝게 들이친다.
접시에 아무렇게나 담긴 케이크의 단면은 딸기로 가득하다. 그제야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한 건가 하는 반성이 비친다. 하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케이크 같은 게 있었으면 언니가 제일 필요했겠지.
별은 그저 케이크를 즐기기로 했다. 아이디어는 없어도 햇살 가득한 주말 아침에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즐기는 딸기 케이크를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시럽으로 촉촉해진 시트. 그 위로 달지 않은 생크림. 새콤한 딸기는 이들과 단순하지만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한 조각의 케이크 정도는 눈 깜짝할 새에 없앨 수 있는 별이다.
잠시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거실 바닥의 나무 그림자를 응시한다. 남은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자니 잊고 있던 무언가가 머릿속을 밝히는 것 같다. 거실에 그림자를 만들고, 동시에 사방을 온통 밝히는 해와 같은 무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