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엘 베이크샵을 열고 맞이한 첫여름, 루나는 아주 깊은 슬럼프에 빠졌었다.
루나는 어려서부터 빵집 주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기회만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제 꿈이 무엇인지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으레 '빵집 준비는 잘 되어가냐'는 말로 안부를 물었다. 그 정도로 널리, 그리고 오래 이야기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스마트 스토어를 열었을 땐 주변의 모두가 드디어! 라며 축하해 줬다. 부끄러운 척 자랑스러웠다. 빵과 디저트를 굽는 일이라면 언제까지고 사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오래도 필요 없이 3개월이면 충분했다.
지하 작업실의 습도는 마카롱이 마르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았고, 오픈 3개월 만에 모든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 드디어 꿈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꿈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반짝이던 꿈을 외면한 지 6개월째. 동생 별의 생일이 다가왔지만, 도저히 무언갈 만들어 낼 자신이 없었다. 매년 만들던 생일케이크를 떠올리지조차 못했다. 작업실은 방치되었고, 생일케이크는 한참 유행하던 스초생이 대신했다.
어딘가 완전히 고장 나버린 걸까? 지붕 위의 닭을 쳐다보는 개가 된 기분이 이렇겠구나. 루나는 생각했다. 순진한 열정만으로 뒤따라가던 중이었구나. 본인이 못난 탓에 목표를 잃어버렸구나. 루나는 어떻게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번아웃인가? 그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는데? 내가 문제인가? 분수에 안 맞는 꿈을 가져서 그런가? 꿈은 반짝이는 거라고 하던데 왜 지금은 지독한 저주 같을까? 그냥 회사에 집중하는 게 더 똑똑한 선택이었을 텐데.
질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그냥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그 사이에도 쇼츠 안에서는 갖은 디저트와 그걸 만드는 재주꾼들이 넘쳐났다. 루나는 더 이상 질투도 설렘도 느끼지 못하는 채로 그저 넋 놓고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