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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얼 디저트-4

by rabyell Feb 14. 2025

'똑똑똑'

"그러다 또 늦는다."

항상 먼저 샤워를 하는 솔이 별을 불러 깨운다.


눈이 떠지기는커녕 누가 본드로 눈꺼풀을 붙여 놓은 듯 도저히 떠지지가 않는다. 입에서는 절로 앓는 소리가 났다. 얼마 전엔 언니의 알람에도 그대로 잠이 들어 회사에 대차게 늦어버린 적이 있었다. 두 번은 안돼. 아마도 지을 수 있는 가장 못난 표정을 지으며 욕실로 향했다.




"'좋아요' 눌렀다. 요새 팔로우 좀 늘었더라?"


솔이 이미 잠든 10시 반, 이제야 퇴근한 루나가 별의 방문 앞에 서서는 말을 걸었다. 


"조-옴? 엄청 늘었거든? 얼마 전에 10K 넘었다고."

"그래서? 그게 누구 덕이라고?"

"차-암내, 케이크는 한 번밖에 안 구워줬으면서."

"누구?"

"아 언니 덕이다, 그래! 도대체 언제까지 생색내려고 저러는 거야."

"크크크."

 원하는 대답을 들었는지 루나는 즐거운 자리를 떴다. 


요즘 별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일주일에 2~3개씩 인스타 계정에 다시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숲 속에 널브러진 토끼 그림이 알고리즘을 탄 모양이었다. 이 그림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이야. 


원래 별은 스스로의 취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이 들지 못해 세상물정을 모르는 소녀의 유치한 취향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만의 시크하고 모던한, 고급스러운 취향을 뽐내는데, 그 사이에서 주눅이 들어있었다. 한동안 인스타를 방치해 둔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아무렴 어때, 일단 해보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바로 그 토요일 아침이었다. 해가 들이치는 조용한 거실, 커피와 못 미더운 딸기케이크가 있던 그 아침. 그 길로 케이크 반 판을 해치우고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잠을 줄여가며 작업에 열중이다. 언젠가는 동화책 작가가 되리라, 그리 마음먹었던 루나의 어릴 적을 떠올렸기 때문이리라.


언니 루나에게는 틱틱거리긴 했어도, 사실 언니 덕이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열심히 하라는 응원을 준 것도, 꿈을 꾸던 어린 날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도 오롯이 루나의 케이크 덕분이었다. 




"언니 그래서 진짜 그 케이크는 정체가 뭔데?"

"아, 몰라. 알려고 하지 마."


별의 물음에는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동생이라지만 피붙이에게 무슨 수로 '너를 향한 응원과 믿음, 그리고 내 초심을 담았다'라고 말하겠냐고.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 느낌이다. 아마도 별에게 이 진심을 말로 전하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다. 


아무렴 어떨까. 루나의 진심이 별에게 가 닿은 것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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