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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의 모양 - 2

by rabyell Mar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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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둘째 주. 각종 고지서를 처리하기 위해 보름 만에 작업실을 찾는 길이었다. 여름날 고통에 잠겨 수도 없이 오가던 길 위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가슴을 치게 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루나의 마음 안에서, 명치 언저리에서 계속 부풀어 오르는 무언가가 자리가 비좁다고 소리치는 답답합이었다.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온몸을 공중으로 띄울 것만 같았다.


'껍질을 깨고 나온다는 게 이런 거구나.'


여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동안에도 착실히 쌓여가는 것이 있었다. 빵과 디저트를 만들어 내는 일. 그 일에 대한 루나의 욕망. 그건 그렇게 쉽게 사라질 무언가가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 모르는 척, 질려버린 것이라 치부하는 동안 마음속에 차곡히 쌓여갔다.


그리고 더 이상 공간이 남아있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껍질을 두드렸다. 이제는 이걸 깨고 나갈 수 있겠다고. 이 일에 대한 애정, 욕심, 기억, 설렘 같은 것들이 쏟아져 나올 준비를 끝마쳤다고.


바로 그때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라며 루나는 다시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 머릿속에 떠오른 계획이 있었다.

「크리스마스에는 딸기 케이크를 만들자!」




딸기 생크림케이크.


이건 마치 스포츠 만화에 있어서 '슬램덩크'이고, 매운맛에 있어서 '신라면 정도의 맵기' 같은 것이다. 달콤한 것들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코 딸기 생크림 케이크이다.


딸기와 생크림. 이 둘의 조합은 모든 디저트장이들의 마음을 뛰게 만드는 조합일 것이다. 쇼케이스 안의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바라보며 두 눈을 반짝이는 것. 그들이 과거를 떠올릴 때 한 장면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베이커의 초심이 딸기 생크림케이크 모양으로 저장되어 있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마음속에 꼭꼭 다져 두었던 것들이 튀어나왔을 때, 루나의 머릿속이 딸기 생크림케이크로 가득 채워졌던 것은 이 세상의 순리와도 같았다.




"그래서 진짜 안 알려준다고?"

"아 모른다니까!"


그날 루나가 별에게 준 것은 사실 초심 그 자체였다. 이 일을 처음 사랑하게 된 그 순간을 선물해 준 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어떻게 동생한테 말하겠냐고. 남부끄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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