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시작: 아이오닉5가 1등급인데 테슬라 모델3가 2등급?
2021년 8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시행한 2021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 결과에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이 1등급, 테슬라 모델3가 2등급을 받으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자동차 관련 유튜브들을 중심으로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 Kor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란?
그렇다면, 먼저 KNCAP란 무엇일까? KNCAP는 차량 안전성에 대해 국가에서 일정한 기준으로 평가하여 발표하는 제도이다. 정부에서 새로 출시되는 신차에 대해 충돌안전성과 보행자안전성, 사고예방안전성의 3가지 기준을 통해 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완성차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안전한 차량을 제작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안전도 종합등급 : 3개 분야 22개 평가항목으로 구성
충돌안전성 : 정면충돌, 부분정면충돌, 측면충돌 등 8개 충돌 관련 탑승자 안전성을 평가
정면충돌 시험 사진. 충돌시험은 자동차 안전성 시험평가 관련 영상 자료로 많이 쓰인다. 보행자안전성 : 보행자의 머리와 다리가 차량 전면의 유리창과 본닛, 범퍼에 충돌 시 보행자 안전성을 평가
차량 보닛과 전면 유리창에 보행자 머리가 충돌하는 상황을 가정하여 쇠공을 가격한다. 사고예방안전성 : 주행전복 안전성과 비상 시 제동과 차로유지, 속도 제한 등 첨단안전 장치 평가
주행중에 갑자기 사람인형과 자전거가 나타났을 때 긴급 정거하는지와 전방차량에 맞춰 주행속도를 제어하는지 평가한다. 곡선도로 주행 시 첨단주행장치가 속도를 조절하는지 평가하는 한국 NCAP의 가혹한 평가조건 중 하나. 미국과 유럽 등 외국 NCAP 평가는 직선도로 주행 상황의 속도 조절을 평가.
KNCAP 2021, 오해와 진실
이번 KNCAP 평가와 관련하여 많은 관심 속에 오해와 진실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먼저 본 조사는 자율주행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는 부분을 먼저 짚고 가야 한다. KNCAP는 국가 차원에서 신차에 대한 안전성 평가로 동일한 조건 하에서 수행하는 평가이다. 아무래도 테슬라 차량은 오토파일럿(auto pilot)과 FSD(full self-driving) 기능으로 대표되는 주행 자동화 보조 기능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뉴스를 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테슬라가 현대차보다 안전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평가가 어떠한 기준에서 진행되고, 이러한 평가가 어떤 맥락에서 진행되는지 되짚어보면, 약간의 오해의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논란이 얼마나 컸는지 KNCAP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테슬라 모델3 정면충돌시험 영상은 댓글까지 차단했다.)
KNCAP 2021 테슬라 모델3와 현대 아이오닉5 결과 요약표 (출처: 한국자동차안전연구원 KNCAP 홈페이지)
위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 테슬라 모델3는 앞서 설명한 KNCAP 평가 기준 중 충돌안전성 부분에서는 아이오닉5와 비교해서 점수에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0.5점 정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테슬라 모델3의 등급과 종합점수를 가른 것은 보행자안전성과 사고예방안전성 2가지 평가였다. 특히 보행자 안전성의 점수 과락은 2등급으로 판정된 직접적인 이유였다.
2021 KNCAP 테슬라 모델3 평가결과 아직 해외의 자동차 안전성 평가에서 아이오닉5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아서 직접 비교는 어렵다. 다만, 테슬라 모델3 안전성 평가에 관해서는 한국과 유사하게 보행자 안전성과 사고예방 안전성에 관한 평가기준을 갖추고, 2019년에 먼저 모델3를 평가한 유럽연합 EURO NCAP와 호주 ANCAP의 사례가 있어 함께 비교하면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2019 유럽연합 EURO NCAP 테슬라 모델3 결과
EU와 호주의 안전성 평가에서 모델3는 보행자 안전성(vulnerable road users, 해당 평가 기준 중에 머리모형 충돌 시험결과가 있음)과 주행안전 보조(safety assist, 해당 평가 기준 중에 2021년 KNCAP 모델3에 대한 사고예방안전성 중 논란이 되었던 자전거 탑승자 비상제동장치 작동과 차로유지지원장치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음)에 대한 부분에서 각각 74%와 94%의 점수를 확보하였고, 테스트 종합결과로 별 5개로 최고등급을 획득하였다.
2019 호주 ANCAP 테슬라 모델 3 평가 결과
어느 부분에서 한국과 유럽, 호주의 평가 결과가 갈렸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일본 JNCAP는 테슬라 평가가 아직 없다.)
포인트 1 : 보행자 안전성 평가
먼저 보행자 안전성 평가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보행자 안전성 평가에서 다리 모형은 모델3와 아이오닉5 모두 6점으로 동일한 점수를 획득했다. 다만, 머리 모형에 대한 보닛 충돌 시험에서 모델3가 11.52점으로 과락을 하게 되었다. (아이오닉5는 14.46점)
2021 KNCAP 모델3와 아이오닉5의 보행자안전성평가 결과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을까? 우선 아이오닉5는 SUV 차량이고, 모델3는 세단이다. 엔진 보닛 높이가 SUV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머리 모형 충돌 시험(보행자가 차량 전면에 부딪혔을 때 아이와 성인의 머리가 보닛의 세부 눈금 표시 칸(cell, 격자점으로 구역 설정) 중에 얼마나 심하게 충돌하였는지(머리상해기준값)를 파악하여 안전성을 평가함)은 아이오닉5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무래도 보닛 높이가 낮으면, 전면 충돌 시에 보행자의 몸이 꺾이면서 머리를 보닛에 충돌하는 힘이 더 강해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모델3와 아이오닉5의 직접 비교가 타당한지는 좀 더 생각해 볼 부분이다. 같은 차량 무게와 보닛 높이를 가진 다른 차량과의 비교가 보다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체급은 오히려 모델Y와 아이오닉5가 비슷한 SUV 유형이다.)
2021 KNCAP 머리모형 점수
모델3 : 11.52점/24점 만점 (48%)
아이오닉 5 : 14.46점/24점 만점 (60%)
2021년 전기차 평가가 KNCAP에서 진행되면서, 아이오닉5와 모델3의 결과가 국내차 vs 해외차 구도로 언론에 보도가 되었고(기본 모델에 대한 가격은 5000만원 정도로 비슷한 편이기는 하다.), 아이오닉5는 다른 국가에서 아직 안전성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터라 주목을 받은 측면이 있다. (아이오닉5에 대한 평가는 2022년 해외 안전성 평가에서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 추적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모델3에 대한 평가는 다른 해외 지역의 평가와 대비하여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유럽과 호주 결과 대비 2% 정도 낮은 수치를 KNCAP에서 기록했다.
모델 3 머리모형 점수
2021 KNCAP : 11.52점/24점 만점 (48%)
2019 EuroNCAP : 12.1점/24점 만점 (50.4%)
2019 ANCAP : 12.13/24점 만점 (50.5%)
이러한 차이는 왜 발생했을까? 평가값의 차이는 국가별 세부 평가 기준이 미세하게 다를 수 있고, 무엇보다 2%의 점수 차이가 3건의 평가에서 발표한 것이라 통계적으로 체계적으로(systematic하게) 유의미한 차이가 났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례 3건은 너무나 작은 small N이다.)
다만, 보행자 안전성 평가의 방법에서 실마리를 추정해볼 수는 있다. 보행자 안전성 평가가 자동차 회사가 제출한 머리모형 충돌 시험 자료(격자점별 머리상해기준값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국가의 평가기관에서 샘플링 테스트 후 차이가 나는 오차만큼을 점수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 전에, 이는 동일한 규칙(rule)으로 동일한 방법으로 평가가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해볼 내용
1. 한 해에 수많은 브랜드의 자동차를 평가하는데, 모든 데이터를 국가 평가기관에서 일일이 확보한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될 것이고, 역으로 완성차 기업에서 해당 시장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쓴다면, 규제기관의 규칙에 따라 동일 조건에서 더 많은 테스트와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2. 이 부분에 대해 보다 과학적으로 repeatable(반복 재현 시 동일하게 결과가 나오는 것)하고, 합리적인(reasonable) 방법을 고려한다면, 샘플링 횟수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을 차량 안전성 테스트 자원 투입 대비 결과 신뢰성의 가치를 따져보는 것은 논의해볼 만한 포인트이다.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서 테슬라가 신경이 쓰인다면, 자체 발표든 언론을 통해 해당 부분에 대해 자료를 공개하면서 추가로 설명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아직 테슬라에서 별도로 KNCAP 결과에 대해 반응을 내놓고 있진 않다.) 아울러 한국과 호주, 유럽의 머리/다리 충돌 결과에서 충격값 패턴은 거의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와이퍼 앞쪽 보닛에 V자 형태로 붉은색으로 충돌값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1 KNCAP(한국) 모델3의 보행자안전성평가 결과
2019 Euro NCAP(유럽연합) 모델3 보행자 안전성 평가 결과 2019 ANCAP(호주) 모델3 보행자 안전성 평가 결과
포인트 2 : 사고예방안전성
다음으로 사고예방안전성에 대한 부분이다. 사고예방안전성은 차량에 탑재된 첨단주행 보조장치(ADAS) 등이 얼마나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주는지 평가한다. 아이오닉5와 모델3는 특히 차로유지지원장치와 자전거 탑승자에 대한 비상자동제동장치에서 점수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2021 KNCAP(한국) 사고예방안전성 결과: 모델3 vs 아이오닉5 아이오닉5와 모델3에서 차로 유지 지원 장치와 비상 자동 제동장치(자전거감지모드)의 결과 차이는 왜 발생했을까? 먼저 테슬라 모델3를 한국에서 평가하는데 있어서 곡선차로 유지 시험 시 65km/h를 유지해야하는데, 모델3는 차선유지 기능(크루즈)과 속도 조절이 오토파일럿(autopilot)으로 묶여 있어서, 곡선차로 주행 시 오토파일럿을 켜면, 속력이 감소하여 시속 65km 유지가 안되는 환경이라, 오토파일럿을 끄고 평가를 진행해서 0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아래 Youtube 링크에 첨부된 유튜브 모카 채널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였다.)
생각해볼 부분
1. 향후 KNCAP 평가에서는 차선유지와 속도제어 부분을 합쳐서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도 검토중)
2. 모델3가 오토파일럿으로 인해 곡선차로에서 속도가 감소하면, 오토파일럿을 끌게 아니라, 속도를 더 높인 상태에서 시작해서 곡선구간에서 65km 내외로 유지되도록 하면 되지 않았을까?
(모카 채널에서 김한용 기자도 언급한 부분)
* 모든 법 규제와 평가 기준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발전하는 기술 현황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반영해야 하지는 않을까?
유럽과 호주의 안전성 평가에서는 차선유지와 자전거 감지 등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곡선주행은 한국에만 있는 기준이며, 유럽과 호주는 직선기준이다.)
모델3 차선유지
한국 : 0점/4점 (0%) *오토파일럿 기능 off
유럽 : 4점/4점 (100%) *긴급 차선유지+차선 유지 보조+인간-기계 간 인터페이스 3개 기준 모두 Good
호주 : 4점/4점 (100%)
다만, 왜 한국에서는 자전거 감지에서 테슬라 모델3가 유럽/호주와 달리 긴급 제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테슬라 측에서 데이터와 추가 설명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모델3 자전거 감지 (긴급제동)
한국 : 0.9점/2점 (45%)
유럽 : 6점/6점 (100%)
호주 : 6점/6점 (100%)
2019 EuroNCAP(유럽연합) 모델3 긴급제동평가(자전거 탑승자) 2019 EuroNCAP(유럽연합) 모델3 사고예방안전성 결과(자전거탑승자 비상제동) 2019 EuroNCAP(유럽연합) 모델3 사고예방안전성 평가 결과(차로유지지원장치)
2019 ANCAP (호주) 모델3 자전거 탑승자 긴급 제동 평가 결과 2019 ANCAP(호주) 모델3 사고예방안전성 결과(자전거탑승자 비상제동)
2019 ANCAP(호주) 모델3 사고예방안전성 결과(차로유지지원장치)
시사점: 자율주행 안전성 평가 기준 수립를 위해
이번 KNCAP 평가를 통해 자동차 안전성 평가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고, 보행자 및 차량 탑승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안전성 평가는 중요하다.
자율주행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단계로 상용화가 진행되면서, 주행 보조 기능에 대한 평가 기준을 최신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자율주행은 edge case(예상 치 못한 비상 상황)이 수없이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주행 데이터를 통해서 이러한 위험 상황을 예방하고, 시스템 상에서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복수의 장치와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자율주행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관심도 증대해서, 자율주행 안전성 평가 기준 수립에도 한 발 더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P.S. 테슬라에서 발표한 NHTSA 안전성 테스트 결과 자료(2018.10.07)
테슬라 차량 안전성 보고서 (2018-2021 사고 데이터) : 2021년 1Q 기준, 419만 마일(674만 Km) 당 1건 사고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