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밴스(Vance)의 등장
도널드 트럼프는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인 J.D. 밴스(Vance)를 2024년 대통령 선거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자신의 대선 러닝메이트(running mate)로 지명한 것입니다.
J.D. 밴스는 미국 작가이자 정치인으로, 그의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고향 오하이오와 미국 남부의 백인 노동자 계층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습니다. 힐빌리의 노래는 2016년에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넷플릭스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밴스는 이 책에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과 극복 과정을 솔직하게 서술하며, 가난과 교육의 중요성, 그리고 가족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미국 중서부와 남부의 빈곤 문제와 사회적 이동성((“개천에서 용이 나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22년, 밴스는 오하이오 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에 출마하여 당선되었습니다. 그의 정치적 경력은 그의 책에서 다룬 주제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미국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그의 견해를 바탕으로 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밴스는 처음에는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입장을 바꾸고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이유로 그의 충성도와 공화당 내에서의 인기를 들었습니다. 이 선택은 특히 미국 중서부와 남부의 노동자 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에서 밴스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
왜 갑자기 밴스가 부통령으로 떠올랐을까요? 부통령 지명 전에 그의 존재감은 그렇게 크지 않았고, 정치 신인인데 말이지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밴스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2024년의 미국이라는 국가가 맞이하고 있는 여러 상황들과 위기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J.D. 밴스의 2024년 미국 부통령 후보 지명은 현재 미국의 정치적 분위기와 공화당의 전략을 반영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밴스는 39세로 상당히 젊습니다.
오하이오 출신인 밴스는 그의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에서 쇠락한 중서부 노동자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이는 트럼프 캠프가 러스트 벨트 지역의 지지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서부 지역은 대선에서 중요한 스윙 스테이트로, 이 지역의 지지를 얻는 것이 선거 승리의 열쇠입니다.
지난 2016년 대선(힐러리 대 트럼프)과 2020년 대선(바이든 대 트럼프)를 비교해보면, 두개 선거에서 각 주별로 선거인단을 가져간 내용을 비교했을 때, 결과에 변화가 있었던 5개의 경합주(애리조나주, 위스콘신주, 미시간주, 조지아주, 팬실베니아주)를 꼽아볼 수 있습니다. 이 다섯 곳의 경합주를 공략하는 데 있어서 밴스가 도움이 된다는 트럼프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밴스는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기후 위기 부정, 이민 정책 강화 등 극우적 정책 노선을 지지합니다. 이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계승하고 강화하는데 기여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밴스의 정치색과 정책 기조에 대한 부분 역시 한 단계 더 들여다보면 상식적으로 의문이 드는 부분은 있습니다.
왜냐하면, 밴스는 트럼프보다도 오히려 우측/보수에 위치한 강경파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아주아주 거칠고 간단하게만 설명해보자면, 좌/우는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개입정도가 높다(좌파)/낮다(우파)를 의미하고, 진보/보수는 전통적인 가족 가치와 종교 등을 강조하는지(보수) 아니면 다양성과 환경문제 등에 관심이 많은지(진보)를 의미합니다.)
보통 미국의 민주당, 공화당과 같이 양당체제(two-party system)에서 선거를 하게 되면 중위 투표자(median voter)를 끌어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두 당은 서로 공약을 베낀다는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라도 어떻게든 중도층 또는 무당층 혹은 아직 투표를 누구한테 할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아울러 포퓰리즘 정책들까지 쏟아내며 돈풀기로 표를 잡아보려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화당 사람 중에서 그나마 좌파/진보 느낌으로 혹은 민주당 해리스 캠프 쪽 표를 어떻게든 끌어올만한 사람을 골라야 할 텐데요.
그런데, 왜 밴스를 쓰는 걸까요? 이를 두고, 트럼프에 우호적인 공화당 정치인들이 많이 만류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미지와 전략, 기세, 후계자 등 여러가지 고려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일찍이 워렌 버핏도 진단했듯 트럼프는 사업은 잘 못하지만, 누구보다 자기 브랜딩을 잘 살리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여러 방송 프로를 통해 봐온 트럼프의 모습이죠. 그에게 가족은 트럼프 가문의 브랜딩 사업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런 트럼프가 정치적 판단(러닝메이트, 후계자)을 한 것이니, 한 번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밴스의 지명은 2028년 대선 이후를 겨냥한 공화당의 장기 전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젊은 나이와 정치적 잠재력을 고려할 때, 밴스는 향후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밴스의 부통령 후보 지명은 트럼프와 공화당이 젊은 세대와 중서부 노동자 계층을 포용하면서도, 극우 정책 기조를 유지하려는 복합적인 전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4년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와 세대 간 갈등, 그리고 경제적 불안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마지막 줄이 미국 사회에 뼈아픈 대목입니다. 양극화와 세대갈등 그리고 경제적 불안. 한마디로 미국이란 현대 문명 사회의 시민 커뮤니티가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도 늘 유세에서 말하는 대목이 이 포인트입니다. “미국 사회는 지금 실패했다. 이건 다 오바마와 바이든 때문이다. 내가(트럼프가) 이 잘못된 걸 바로 잡겠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 이것이 트럼프가 던지는 핵심적인 메지지입니다.
자, 우리가 2016년 대선 때만해도, 왠 미친 것 같은 사람이 무대에 나와서 논란만 일으키고 이상한 말실수를 하면서 왜 저럴까 싶었습니다. 과거도 깨끗하지 않았고, 논쟁이 논쟁을 불러오는 눈덩이가 쌓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미국 사회는 2016년 대선 결과에 경악했었습니다. 당시 거의 대부분의 레거시 언론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이길 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지금 힐빌리의 노래와 밴스의 등장, 그리고 트럼프의 유세를 돌아보면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일반 미국 대중들의 관점에서는 피부로 와닿는 삶은 더 팍팍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2008년 미국 월가 금융 위기 이후에 자명해졌고, 2020년 코로나 19 위기 이후에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부의 편중은 증가했고, 우리가 미국에서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코로나 이전의 2~3배 이상 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트 기득권에 대한 미국 대중의 분노 혹은 블레임은 어떤 표심으로 표출될까요?
선거인단 구조, 유권자 설문조사(poll), 양 캠프의 선거 후원금 비교, 하물며 영국 도박사이트의 미국 대선 승률까지 다 좋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미래를 궁금해하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선거는 시대정신으로 대표되는 스토리의 대결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이런 상황들을 비난하는 트럼프 캠프에 대항해서 아직 선거 정책 공약집과 부통령 러닝메이트도 구하지 못한 민주당이 과연 이 흐름을 꺾을 만한 포인트를 제시할 수 있을까요? 물론 지금 너무나 양측이 치열한 상황이라 장담하기는 힘들지만,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2024년 7월 30일의 흐름은 트럼프 쪽이 기세가 좋아보이는 것 같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과연 다양성과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과 같은 가치와 당장 팍팍하고 먹고 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엘리트, 기득권, 자본가에 대한 분노를 분출하는 가치 중에 어떤 쪽에 더 관심을 가질까요? 이게 지금 뭐가 옳다 그르다를 말하려는게 아닙니다.
다만, 현상적으로 우리가 미국 사회 뿌리에 지금 어떤 균열이 가고 있고,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과 처한 상황이 어떤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2016년 대선 유세와 2024년 현재 대선 유세에서 트럼프가 전하는 메시지가 어떻게 다가오시나요?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이번 화에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2024년 미국 사회의 근저에 깔린 불평등과 산적한 사회문제라는 포인트를 짚고 싶었습니다. 이에 대한 이해 없이는 트럼프와 밴스의 선전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사족) 다만, 트럼프와 밴스가 불안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검증된 충분한 경력의 안정적인 정치인이라기엔 돌발행동과 논쟁을 통한 관심을 즐기는 편이기 때문이겠지요. 해리스가 이런 전세를 역전할 모먼트를 만들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겠습니다.
*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글이 아닙니다. 미국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국과 세계각지의 이슈들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을 통해 짚어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상황들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논의하는 공론장이 형성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