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와 자원의 무기화
중국은 국가자본주의를 가장 극단적으로 구현한 사례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가 특정 전략 산업에 제한적으로 개입하는 수준이라면, 중국에서는 국유기업과 국가 정책이 사실상 시장 자체를 형성하고 이끌어갑니다. 이른바 “국가가 곧 시장”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중국에서 시장 질서는 정부가 설계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며, 민간 기업조차 국가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성장을 보장받거나 억제됩니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출발했지만,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국가는 직접 모든 것을 소유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핵심 산업을 통제하고 자본의 흐름을 주도합니다. 금융, 통신, 에너지, 철강, 운송 같은 분야는 국유기업(State-Owned Enterprises, SOEs)이 장악하고 있으며, 민간기업은 이들 국유기업과의 협력 또는 경쟁 속에서 활동합니다. 국유기업은 단순한 수익 창출 기관이 아니라, 정부의 5개년 계획을 실행하고 사회적 고용을 흡수하며, 전략적 필요에 따라 자원을 배분하는 정치경제적 도구입니다.
중국 정부는 또한 산업정책을 통해 특정 기술 분야를 집중 육성합니다.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와 같은 전략은 반도체, 인공지능,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같은 첨단 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산업계획이 아니라, 세계 패권 경쟁 속에서 자국의 기술적 자립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는 보조금, 저리 대출, 토지 제공,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고, 기술 인재를 해외에서 유치하거나 역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까지 개입했습니다.
중국의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은 모두 국가 전략에 묶여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Huawei)입니다. 화웨이는 민간 소유의 형태를 띠지만, 국가의 지원 덕분에 세계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 시장의 최전선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화웨이는 국가안보와 밀접하게 연계된 기업으로 간주되어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 사례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가 민간과 공공의 경계를 허물며, 국가가 필요할 때 기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자원의 무기화 또한 중국식 모델의 특징입니다. 2010년 중국은 일본과의 갈등 속에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첨단산업 필수 금속 원소) 대일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고, 희토류가 단순한 광물이 아니라 외교적·군사적 무기라는 사실을 각인시켰습니다. 이후에도 중국은 갈륨과 저마늄 같은 반도체·광통신 핵심 금속에 대한 수출 규제를 도입하며 서방을 압박했습니다. 자원 통제를 통해 공급망 전체를 흔드는 전략은, 자원 지정학이 기술 지정학과 결합하는 전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정책금융과 5개년 계획 역시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의 핵심입니다. 중국은 국가개발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장기 자금을 공급하고,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인프라와 첨단기술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시진핑 정부 들어 더욱 강화된 5개년 계획은 단순한 경제계획이 아니라, 사회와 군사까지 포괄하는 국가 전략의 설계도입니다. 반도체 굴기, 인공지능 강국화, 우주개발 확대, 군민융합(군사와 민간의 기술 융합) 모두 이 계획의 하위 항목입니다.
외국 기업에게도 중국식 국가자본주의는 강력한 현실입니다.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은 반드시 정부가 설계한 규칙을 따라야 하며, 기술이전이나 합작투자(Joint Venture)와 같은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첨단 분야에서는 더욱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때로 비효율과 부실 투자를 낳고, 국유기업은 경쟁력보다는 고용 유지와 사회적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적 고려가 경제적 합리성을 압도하면서 자원 배분이 왜곡될 위험도 큽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국가자본주의를 통해 단기간에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로 성장했고, 특정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서 나가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국가가 곧 시장”이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국가는 단순히 규제자나 조율자가 아니라, 직접 시장의 주인으로서 자원을 통제하고 기업을 동원하며, 필요하다면 외국 기업까지 전략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는 시장을 경쟁과 효율의 장이 아니라, 국가 권력의 도구로 재정의하는 방식입니다. 중국이 보여주는 모델은 미국식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국제 질서 속에서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와 미국식 국가자본주의가 충돌하는 장면을 더 자주 목격할 것입니다. 중국은 “전면적 동원”이라는 강점으로, 미국은 “선택적 개입”이라는 유연성으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두 모델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은 더 이상 완전히 자유롭지 않으며, 국가가 그 중심에서 안보와 전략의 이름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