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개혁에서 녹색·창조경제 정책까지(재벌-경쟁-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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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후발국이 선진 기술을 모방하며 대기업 중심의 자본집약적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투자기반 성장모델 (investment-based growth) 을 따랐습니다. 이 모델에서 정부는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설비투자, 중화학·전자산업 확장 등을 적극 지원해 왔습니다.
반면, 이 같은 성장모델은 기술 혁신이나 시장 진입·퇴출이 활발하지 못하고 생산성 향상의 속도가 둔화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대기업·재벌 중심의 성장패러다임을 혁신과 경쟁 중심의 혁신기반 성장모델 (innovation-based growth) 으로 전환하려는 개혁을 추진하였습니다. 이 모델에서는 기술혁신, 기업 진입과 퇴출의 활성화, 시장구조의 개방과 투명성 강화가 핵심이 됩니다.
외환위기 및 IMF 프로그램 하에서 한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재벌 개혁 및 구조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재벌 기업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축소하고, 재벌 내부 상호채무보증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계통합을 의무화했습니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 지분 제한을 완화하여 재벌 및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구조에서 외국 자본과 비재벌 기업의 시장참여 여건을 확대했습니다. (1997년 외국인 지분 제한 약 26% → 1998년 약 55%)
공정거래위원회(FTC)의 규제를 강화하여, 시정명령 건수가 3배 증가하고 과징금 수준이 25배 증가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재벌 기업이 지배해 온 산업 내에서 비재벌 기업 및 외국계 기업의 시장 진입장벽이 상당 부분 완화되었습니다.
데이터
통계청의 Mining and Manufacturing Survey(전수조사, 1992–2003년)
재벌 상위 30대 산업별 연도별 재벌 매출비중 데이터
Orbis Historical을 이용한 특허 데이터
방법론
산업별로 재벌 매출비중(ChaebolShareₖ)과 위기 이후 기간(Postₜ) 더미를 도입한 차이의 차이(Difference-in-Differences, DID) 모델 적용
표본기간: 1992년~2003년 (위기 전후 각 6년씩)
1. 생산성 효과
1) 재벌 매출비중이 높았던 산업에서 위기 이후 비재벌 기업의 노동생산성 및 총요소생산성(TFP)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예컨대 ChaebolShare = 0.32 수준인 산업에서 TFP가 약 2pp(percentage point) 추가 상승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2) 재벌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있었으나, 산업별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개혁 이후 비재벌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재벌이 거의 없던 산업 대비 약 1.25배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2. 진입(Entry)과 퇴출(Exit)
1) 전체 산업에서 진입률이 약 12% → 20%, 퇴출률이 약 10% → 20%로 급증하는 등 기업 동태성이 크게 강화되었습니다. 진입은 주로 비재벌 기업이 견인했으며, 다만 재벌 지배산업에서는 진입률의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낮아 완전한 개방은 아직 아니었습니다.
3. 특허 활동(혁신)
1) IMF 위기 이후 비재벌 기업의 특허출원이 급증한 반면, 재벌 기업의 특허 증가율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산업성장의 주요 동력이 재벌이 아닌 비재벌 기업 쪽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합니다.
4. 마크업(Mark-ups)
1) 재벌 기업의 마크업이 급락했으며, 특히 위기 이전 재벌 비중이 높았던 산업에서 그 경향이 더욱 뚜렷했습니다. 반면 비재벌 기업의 마크업은 소폭 상승했는데, 이는 경쟁 격화 속에서도 효율성과 경쟁력이 개선되었음을 반영합니다.
* 마크업(Mark-up = Price / Marginal Cost)은 기업이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판매가격이 생산비용을 얼마나 초과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경제학·산업조직론·거시생산성 분석 등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1998년 이후 한국 정부의 재벌개혁으로 인해 기존의 투자기반 성장모델에서 혁신기반 성장모델로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구체적으로, 비재벌 기업의 생산성 및 혁신역량이 강화되었고, 재벌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됨으로써 산업 전체의 경쟁과 효율성이 개선된 것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슘페터식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모델이 한국에서도 작동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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