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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밤이 Nov 16. 2020

죽음을 선택함이 슬프겠지만

유명인의 자살이 던지는 죽음에 대한 물음표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의 여성 개그우먼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머리는 멍해지고 멀미가 났다.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는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마음이 울렁거린다. 보이는 것 이면에 어떤 아픔들이 그런 선택으로 이끌었을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진하다. 그들은 세상 속에서 누구보다 자신만의 빛을 내야 하는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빛의 이면에 컴컴하게 드리운 그림자조차 그저 빛을 만들면 괜찮을 것이라고 외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의 찰나 속에 더는 노력해도 괜찮지 않다고 아우성치는 뒤엉킨 마음을 숨겨두고 있었을 것이다.


 노력하면 바뀌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단 한 가지가 죽음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노력한다고 기회를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어떤 사실 자체가 고통이었을 테고, 고통을 단절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죽음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줄 순 없을까, 남겨질 다른 이들이 아닌 자신을 가장 우선했던 선택 아니었을까.살아야만 한다는 가정은 누가 만든 것인지, 살아야만 행복하다는 것은 누가 말한 것인지, 순간의 감정으로 선택한 것인지 아닌지, 그가 겪은 고통 자체를 누가 알 수 있을까.


 남겨진 이들이 슬퍼하는 것은 죽음 자체일까, 그를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사실일까.그가 죽는 게 아니라 그저 평생 못 보는 곳으로 이주했다고 생각하면 그건 과연 죽음이 아닌 걸까?죽음이란 답을 내리지 못하는 물음표뿐이다.


 어느 누구도 답을 내릴 수 없는 물음표이지만 남겨진 이들이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죽음 이후에 대한 인터뷰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영속하는 것이 있을 수 있어요. 바로 우리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원자들, 이런 것들이 물론 죽은 다음에는 이 형태로 있지는 못 하지만 원자 그 자체는 영속하거든요. 원자는 우주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존재했고요. 앞으로도 우주가 사라지지 않는 한 존재할 겁니다. 여기에는 수많은 물리학의 보존 법칙이 그 영속을 보장해 주고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원자의 형태로서는 영속할 수 있는 거고요. 영원할 수 있는 거고. 실제로 우린 죽더라도 인간의 형태가 아니라서 안타까울 수 있지만 원자가 되어 뿔뿔이 흩어져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던 어떤 나무가 될 수도 있고요.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책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원자들은 지구를 떠나서 다른 별로 가서 하늘에 보이는 하나의 별의 일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우주가 존재하는 한 우리 몸의 일부는 영원히 우주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지요.”
* 출처 : Youtube 채널, ‘요조의 책, 이게 뭐라고?!’ –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죽음 이후에 오는 것

 나 또한 죽음을 선택한 이의 남겨진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떠난 이는 어느 때보다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편안하게 있을 것이라고, 남겨진 이들은 떠난 이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특수한 상태에서 특별한 존재였음을..


생명이 흔치 않은 것이라면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죽어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생명이라는 특수한 상태로 잠시 가서 머무는 것뿐이다.

* 출처 : 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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