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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밤이 Feb 03. 2021

진정한 성공은 무엇일까

<로렌스 애니웨이> 가릴 필요도, 보여줄 필요도 없는 것

"당신의 마음이 열려있고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자기 자신일 때 말이죠. 자신을 가릴 필요도 없고 자신을 문 밖에 놓아둘 필요가 없을 때라고 생각해요"
-  영화배우 틸다 스원튼, 그녀에게 성공의 의미란?
몬트리올에서 소설을 쓰는 청년 로렌스와 그의 정열적인 피앙세 프레드는 미래를 약속한 사이. 서른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어느 날, 로렌스는 사랑하는 프레드에게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한다. 남은 일생을 여자로 살고 싶다고. 그리고 로렌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여장을 하고 세상을 향한다. –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자비에 돌란


로렌스가 주인공인 줄 알았지만 나에겐 프레드가 주인공이었던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니 어쩌면 영화 제목을 '프레드 고어웨이'라고 지어줬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로렌스는 여장을 하면서 누구보다 자유로워졌고, 틸다 스윈튼의 관점에서 봤을 때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자신을 가리거나 문 밖에 놓아둘 필요가 없이 자기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연인 프레드는 그를 사랑하기에 받아들여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누구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를 지지해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관계는 망가져가고 로렌스를 떠난다. 로렌스는 그저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도 옆에 있어주는 프레드가 필요했을 뿐인데.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말엔 여전히 동의하진 않는다. 이 말엔 떠나는 이유를 상대방에게 은연중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내가 사랑하기 힘들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지 '사랑하는 너를 위해 내가 떠난다'는 것은 결국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음에도, 이러한 이별 통보는 일방적 폭행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프레드는 핑계 대지 않고 로렌스를 떠난다.  그녀는 로렌스의 변화가 힘든 것이 아니었다. 로렌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길거리에서 맞고 다니진 않을지, 전전 긍긍하는 그런 자신이 힘들어 떠난다. 로렌스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을 가식적으로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일반적인 남자를 만나는 삶을 선택하면서도 로렌스를 보며 흔들리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자신이 선택한 삶을 버텨낸다. 로렌스가 다시 나타났음에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달리 걸어온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며 온전히 각자 선택한 삶을 살아간다.


한번 놓은 손을 다시 잡기엔 그 사이 각자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갔고, 이후 다시 각자의 시간을 맞추기엔 생각이 어긋나 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지나간 감정을 붙들고 괜찮은 척 애써 감추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가 느끼는 감정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힘차게 손을 흔들며 자신의 발걸음으로 원하는 곳을 향해 당당하게 걷는 것 밖에 없다. 


로렌스 자체를 바라봐 주던 프레드와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모습 자체를 인정하고 많은 역경이 도사리지만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로렌스를 보면, 나라는 존재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행하는 자, 그리고 그것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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