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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밤이 Jan 14. 2021

엄마이기에, 엄마에 의해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비에 돌란과 함께하는 엄마에 대하여

16살 사춘기 소년 후베르트는 엄마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자신을 이해해주기는커녕 제멋대로 행동하는 엄마에게 진절머리가 난 후베르트는 그의 연인 안토닌과 함께 자유로운 독립을 꿈꾼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 후베르트는 그저 철없는 사춘기 소년으로만 보일 뿐이다. 어느 날 엄마는 상상치도 못했던 아들의 비밀을 전해 듣게 되고, 방황하던 후베르트는 결국 기숙학교에 강제 입학하게 된다. – 영화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자비에 돌란


분노는 사랑과 맞닿아 있다. 어쩌면 사랑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아이 킬드 마이 마더>에서 후베르트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독백하며 늘 엄마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이러한 후베르트의 행동은 오히려 엄마를 너무 사랑하기에 사랑한다고 하고 싶지 않은 이중적 마음이라고 보인다. 사춘기 시절 좋아했던 친구를 괴롭히는 건 사실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후베르트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엄마와의 대립과 분노의 몸부림을 극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랑을 역설적으로 갈구하고 있다. 후베르트가 이런 혼란스러움을 학교선생님에게 엄마가 좋지만 자신의 전부는 아니라고 얘기했을 때, 선생님은 답변했다. 엄마도 네가 전부는 아닐 거라고.


엄마에게 사랑의 전부를 기대하면서 자신의 전부는 엄마가 아님을 얘기하는 후베르트의 이중적 태도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엄마의 대가 없는 사랑에 자식은 왜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자비에 돌란은 <아이 킬드 마이 마더>에서 엄마와 자식의 양극단의 감정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사랑하는 만큼, 날 사랑할 것이 분명한 관계에 더욱 화를 내게 되는 우리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불 같은 성격이지만 유쾌하고 당당한 엄마 '디안'은 거칠지만 사랑스러운 사고뭉치 아들 '스티브'가 보호시설에서 사고를 쳐 쫓겨나자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엄마가 행복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들 스티브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꿈꾸는 디안. 하지만 홀로 생계를 책임지며 불안정한 성격의 스티브를 돌보기란 쉽지 않다. 이때 이들 앞에 나타난 이웃집 여인 '카일라'. 카일라의 등장으로 세 사람은 유일하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작은 행복을 찾아가게 된다. 억척스럽지만 정 많고 속 깊은 엄마 '디안'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유별난 사고뭉치 아들 '스티브’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누구보다 따뜻한 그녀 ‘카일라’. 결핍으로 가득 찬 세 사람이 만나 하나의 소우주를 구성할 때, 그들의 세상은 비로소 시작된다. – 영화 <마미>, 자비에 돌란


영화 <마미>에서는 자유로운 성향의 스티브와 스티브 엄마 디안이 나온다. 스티브는 주의력결핍과 애착 장애를 가진 부족함이 많은 소년으로, 이로 인해 행동은 모든 것이 과잉이며 통제하기가 어렵다. 어느 날, 어떤 억압으로 인해 말더듬이가 된 옆집 여자 카일라가 등장한다. 통제하지 않는 자들과 통제받은 자의 만남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균형을 이뤄 점차 안정되어 간다. 하지만 디안은 스티브의 돌발적인 행동에 지쳐가고, 결국 스티브의 개선을 위해 정신 교정시설에 넣는다.


엄마 시리즈의 첫 번째이자 첫 영화 데뷔작인 <아이 킬드 마이 마더>와 비교해보자면, <아이 킬드 마이 마더>가 주로 극단적 분노의 형태로 이중적 마음을 표현했다면, <마미>에서는 극단적 애정의 형태로 사랑에 대한 갈망을 직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내면의 결핍을 과잉행동으로 풀어내고자 오롯이 엄마에게만 사랑을 요구하는 <마미>의 스티브는 동성 연인이 등장하는 <아이 킬드 마이 마더>의 후베르트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마미>가 스티브로 인해 디안이 겪어야 하는 엄마의 성장통이라면,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후베르트의 성장통이 중심이다. 아들의 외침이 <아이 킬드 마이 마더> 라면 엄마의 변이 <마미>라고 볼 수 있다.


부모를 고를 수 없듯이 아이를 고를 수 없다. 그래서 스티브의 결핍 장애의 서사는 길게 나오지 않는다. 아마 그런 불안정한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아버지의 죽음 등 일련의 사건들이 증폭시켰으리라 디안과 카일라의 대화에서 유추해 볼 뿐이다. 그래서 영화는 그저 스티브와 디안의 삶의 단편을 잘라 보여준다. 이유도 결말도 모른 채 우리는 태어나고 살아야 하듯이 말이다. 이후 갑작스러운 이사가 결정된 카일라가 이사 전날 디안집에 방문해서 이사 소식을 알리려 찾아온다. 여기서 스티브를 다시 시설에 보낸 디안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카일라의 동정 어린 시선은 힘들 것이라는 우리의 편견 가득한 시선과 닮아있다. 그래서 영화는 디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문제들이 넘쳐나고, 사람들마다 각자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거고. 난 나의 소임을 다했으므로 적어도 난 승리자라고. 세상에 희망이 넘치진 않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희망을 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희망찬 세상에서 절망해봤자 우리한테 좋을 게 없어. 스티브를 거기 맡긴 건 희망이 있어서야. 나는 희망에 차있거든
- 영화 <마미> 中 엄마 디안의 말
영화 <마미>
엄마이기에, 엄마에 의해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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