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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밤이 Dec 06. 2020

속세에서 넉넉한 마음을 가지기란

넓어지지 못하더라도 좁아지진 않기

 며칠 전 있었던 전 회사 동료 모임에서 최근 논란이 있었던 한 종교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이 분의 책을 좋아했다. 경영컨설팅 일을 시작한 지 1~2년 정도 된 사회초년생일 때, 나의 부족한 실력과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받아들여야 했던 시절 이 분의 책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선물로 받은 달력 형태로 된 잠언집을 사무실 책상에 두면서 하루에 한 번씩 그날그날 문구에 따라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TV 프로그램에 방영된 그분의 물질적 풍요로움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전부터 타 종교인에 비해 다양한 사회 활동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 또한 속세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현대 사회의 종교활동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에 수행의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망 좋은 집과 외제차를 보유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내가 믿고 마음에 담아둔 글들이 어쩌면 물질적 풍요가 기반이 되었기에 나올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아니었는지 일종의 배신감이 들었다.


 존경받는 종교인의 특성은 일반적 사람들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행하지 못하는 '욕망의 비움과 가진 것의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속세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우리가 행해야 한다고 믿는 것'을 행하기 굉장히 어렵기에 이런 '실천가'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주어진 일을 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얽혀 있으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일이 더 주어지는 상황이나, 호의를 베풀수록 이를 권리라고 생각하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왜 나만 이렇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소득 활동을 하느라 현실을 견뎌낸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가끔 스스로 욕심이 과해지고 타인에 대한 화가 나기에 '속세를 떠나 믿음을 실천하는 이'를 보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점이 종교가 주는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실망할 것이란 생각 조차 안 했다는 사실이 가장 실망스러웠다. 불교에서  무명초(無明草)라고 불리는 머리카락은 번뇌와 망상을 상징하며, 출가 수행자의 모습으로 세속인과 다름을 구분을 짓고 '세속의 번뇌를 단절함'을 뜻한다고 하는데 그의 모습은 그저 삭발을 하고 종교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속세의 사람이었다. 또한 불교계의 대표 수행 방식으로 꼽히는 '안거(安居, 승려가 여름과 겨울 각 석 달간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참선 수행에 정진하는 것)'에 참여한 기록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수행자로서의 태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속세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상황을 떠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현실을 견딜 수밖에 없고 현실을 잘 견뎌내기 위해 마음의 어지러움을 비워주기도 해야 하기에 비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자를 찾아가는 것인데, 물질적 풍요로움을 기반으로 마음이 넉넉할 수 있었던 자의 이야기들로 현실과 직면하고 있는 내 감정을 존중해주지 못한 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좋은 명언들이 적절한 시기에 도움이 될 때도 있기 때문에 마음에 맞는 잠언집을 가지고 마음의 동요를 다스리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속세에 있는 사람이기에 수행자의 마음과 행동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는 것도 어쩌면 나의 감정에 대한 폭력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사랑하기엔 속세의 삶은 너무나 복잡하다. 그러니 그런 내가 되지 못함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감정은 다스리는 것과 더불어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필요하다. 속세를 떠난 이처럼 마음을 넓히고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 자체가 현실의 우리에겐 욕심일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저 가끔 마음이 더 좁아지지 않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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