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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밤이 Dec 13. 2020

INFP지만 활동적입니다

에너지의 충전과 삶을 형성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으니까

 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과 여러 가지 활동들에 적극적이었던 건 사실 외향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살면서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놓치지 않길 바래서였다. '탄생'이유와 '죽음'이후에 대해 아무도 확신할 수 없기에 이에 대한 의문을 접어둔다고 하면, 삶의 화두는 '어떻게 살 것인가'였기에 이왕 사는 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잘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는 시간적 한계를 간접 경험으로 대체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우리 사회에 소속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과 외향인을 선호하는 문화에서 나의 내향적 성향은 극복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대학생활이 끝나갈 때쯤 내 삶의 방향은 외부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최근 유행했던 MBTI 성격유형검사를 2007년 처음 받아본 이후 13년 동안 검사를 몇 번 해봤을 때, 변함없이 나는 INFP 유형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성격유형을 4가지 지표의 16가지 형태로 단정하기엔 한계가 있고 정서적 불안정성을 나타내는 '신경증'과 관련된 지표가 누락되어 이 검사를 맹신할 순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기질적 성향을 알아보기에 괜찮은 검사였다. 특히 E(외향성)과 I(내향성) 지표는 에너지의 방향을 나타내는 특성으로 나는 이 지표에 대해선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느냐로 차이로 해석한다. 주로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과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으로 구분되는데 다른 지표들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면 에너지의 충전 방식은 바뀌기 어려운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 MBTI 지표별 특성(https://www.stylezineblog.com/4643) -

피곤할 땐 어떻게 하고 싶은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가, 아니면 방에 혼자 틀어박히고 싶은가? 이 질문은 성격의 본질을 파악하는 요소 중 하나로 쓰인다. 앞서 말했듯이, 내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낼 때 사회적 배터리가 소모되고 외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야 배터리가 충전된다.  
- 혼자 있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어, 피터 홀린스 -


 나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의 기질적 특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다양한 사람들과의 경험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내 삶을 외부에 맞춰나갔다. 여러 사람들과 있는 것이 피곤하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과의 모임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외향적이라고 생각했고 나 또한 나의 성향이 바뀐 것인지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가장 편안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에 대한 인정이 부족했다.  또 나를 스스로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지으려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사이의 괴리를 느끼며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이며, 내가 아는 '나'는 타고난 기질을 가진 나였다. 그 기질적 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에너지의 충전 방식이었다. 혼자 집에서 빈둥거리는 나의 에너지 충전방식을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나의 삶을 원하는 모습으로 바꿔가는 것이 필요했는데, 그저 내가 지향하는 삶을 살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기만 하다 보니 정신적/신체적으로 많이 지쳤었다.



 사람마다 에너지를 얻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해야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자 집에서 빈둥거려야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 내 에너지의 충전 방식을 인지하고 존중하며 충전의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삶의 동력을 얻기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질적 성향을 바꿀 수 없는 것일까?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이 타고난 성향에 따라 구분되겠지만, 이를 내 삶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규정 지을 필요는 없다.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쓰는 것에 충분한 동기가 있거나, 변화된 모습이 외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던 모습이라면 우리는 삶의 구성요소를 '타고난 성향'에 매몰시키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으로 형성하면 된다. 우리는 한 가지 색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색을 가진 알록달록한 사람이다. 어떤 면에는 칠해진 색이 있지만 다른 면에는 어떤 색을 칠할지 선택할 수 있다.


삶을 형성하는 데 미묘하면서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자유 특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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