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 타운 베이비의 굿바이 나의 힐타운
오래된 주택과 빌라들의 빨간 벽돌들
어느 집 된장 끓이나 보다 하고 지나다니던 골목
오후 어스름한 노을과 조잘거리며 집에 들어가는 아이들
떡볶이 한 컵 들고 높은 언덕 땀 뻘뻘 흘리며 집으로 향하던 어린 나
부업거리를 손수레에 싣고 힘겹게 끌고 올라오던 엄마
산 자락의 높은 언덕에서도 롤러를 자유자재로 타고 다니던 나와 언니. 언니와 신나게 롤러를 타다가 그 당시 몰려다니던 떠돌이 개 무리에 쫓겼을 때 무서운 나머지 언니가 주택 대문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대문을 잠가 주택의 돌담 벽에 언니가 울면서대롱대롱 매달렸던 일은 결혼하면서 화곡동을 벗어난 언니의 트라우마로 아직 회자되고 있다.
힐타운으로 이사 오자 마자 몇 개월 뒤 언니는 졸업식 날 엄마랑 시장을 가다가 쓰러져 희귀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엄마의 온 신경은 언니의 병원 생활이었고 아빠는 어린 동생과 나를 챙기기보다 술 한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을 잊으려 했다. 이로 인해 동생은 애정결핍과 학교폭력에 시달렸고, 나는 마치 전쟁에서 혼자 살아남은 사람처럼 내가 가진 것은 '나' 밖에 없으니 나라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기보다 더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한 채찍질을 했다. 그러나 언니의 결혼, 나의 대학 합격과 취업, 승진을 거치며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성취를 맛보던 곳도 힐타운이었다.
힐타운에서 많이 힘들었지, 엄마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