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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뚜 Jul 24. 2019

기획자가 좋아하는 개발자는?

개발자가 좋아하는 기획자는?


앞서 이런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건 너무 저만 생각한 것 같더군요. 과연 반대의 입장은 어떨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마침 제가 잘 알고 지내는 기획자와 디자이너와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요. 그때 나온 이야기를 참고하여 적어보겠습니다.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


기획자, 디자이너는 어떤 개발자를 좋아할까요? 너무나 당연히도 '해달라는 거 다 해주는 개발자'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우리 개발자의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모든 걸 다 해줄 순 없습니다. 개발자가 실력이 없어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서 그럴까요? 절대 아닙니다. 사실 이런 점들이 문제가 아니고요. 현재 서비스 중인 여건상 손을 대는 게 까다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마치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수리하는, 날고있는 비행기의 날개를 수리하는 일과 같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대부분의 시스템은 여러 부서 간 복잡한 연동으로 얽혀있습니다. 때문에 단순히 필드 오타 하나 수정한 거라도 API를 주고받는 쪽과 협의가 안되었다면 자칫 대형 장애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쇼핑몰의 경우, 상품 상세 화면의 필드 하나를 잘못 수정했다가 최악의 경우 아래처럼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상품 시스템 에러 발생 → 장바구니 시스템 에러 → 주문 시스템 에러 → 정산 시스템 에러 → 판매자 정산분 미지급 → 판매자 소송 → 회사 망함

(말이 그렇다는 얘깁니다.)




기획자를 이해시키자


기획이 : 검토하신 기획서 내용으로 개발이 가능할까요..?

뚝배기 : 안돼요.

기획이 : 왜요?

뚝배기 : 몰라요. 사장님한테 물어보시던지.

(실제로 타 회사 기획자 지인이 겪은 수모입니다.)


개발자가 이런 식으로 대꾸를 한다면 기획자는 어떤 기분일까요?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불쾌할 것입니다. 기획자는 기획을 잘해야 하기도 하지만 개발자를 잘 이해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그것 또한 기획자의 역량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개발자도 개발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만 기획자를 잘 이해시키는 것도 개발자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기획자는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굳이 왜 설명해야 하나요?"라는 말에는 "못 알아듣게 설명하는 개발자가 문제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개발자들은 비단 기획자뿐만 아니라 개발자를 포함한 같이 일하는 주위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하곤 합니다. 믿고 거릅시다.)




대안을 제시하자


위처럼 기획자에게 이슈 자체를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더 나아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좋겠죠?

어느 날 기획이와 개발이가 회사를 그만두고 카페를 차렸습니다.

기획이 曰
"우리 매장 청소가 잘 안되네. 일회용 쓰레기도 많고 사람들이 먹다 버린 과자 봉지도 너무 많아. 개발이 네가 아무래도 이것을 빠르게 청소할 수 있는 플로우를 개발해줘."

위 내용은 제가 전에 썼던 개발자가 좋아하는 기획자는?이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위 문단에서 제시한 대로 '어려움을 잘 이해시키기 위한 답변'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개발이 曰
"카운터도 봐야 하고 제조과정도 지켜봐야 하는데, 제대로 모니터링이 될 리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해줬으면 해."

이렇게 답변해주었다면 기획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 현실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나름 고심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 답변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죠.

개발이 曰
"이참에 일회용 잔 이용을 없애고 외부음식 반입을 금지하면 어떨까?"

기획적인 피드백까지 주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내용으로 말이죠.


최악에 가까운 답변은 이렇습니다.

개발이 曰
"싫은데."




감정을 싣지 말자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 글은 기획자 친구와 디자이너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나온 의견을 정리한 것인데요. 거기서 이런 의견이 나왔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작업자가 훨씬 일하기 편했다고 말이죠.


물론 이것은 비단 개발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의견 자체를 내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얘기는 해줘야 합니다. 다만 거기에 감정 소모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발자로서 일정도 촉박해 죽겠는데 자꾸 찔끔찔끔 하나하나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계속 온다면 당연히 화가 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 화남을 표현은 하되 감정은 싣지 맙시다. 그 감정적 대응은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참고로, 좋다고 할 때도 감정을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일하다 보니까 느끼네요. 그냥 좋으면 동의만 하면 됩니다.




마치며


물론 이런 거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그냥 멋대로 하셔도 됩니다. 다만 아무도 같이 일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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