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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Aug 29. 2020

불임이 무섭다

오늘 6시 반 예약되나요?
아니요, 이미 예약 다 차있습니다.


5 군데에서 퇴짜를 맞고 나서야 한 곳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목요일 저녁, 오랜만에 산부인과를 다녀왔다.

 
내가 간 산부인과는 예약이 없던 이유를 알만한 허름한 곳이었다. 요즘 젊은 임산부들은 절대 안 올만한 곳. 1970년대에 지어지고 인테리어한 번도 안 한 것 같은 곳이었다.



(참고로 산부인과는 임산부들만 가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생리를 시작한 여성이라면 6개월에 한 번씩은 오는 게 좋다.)


브랜뉴님, 무슨 일 때문에 오셨죠?


나이 많은 의사 선생님께서 온화한 미소로 나긋하게 물어보셨다. 선생님 책상 앞에는 여기저기 딸과 손녀로 추정되는 분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그 사진들을 보자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제가 요즘 생리불순이 심해서요, 보통 40일 주기였는데 지금 두 달째 생리를 안 해서 걱정이에요.

초음파는 해보셨어요?

초음파는 해봤었는데 따로 문제는 없다 하고 이전에 다른 산부인과를 갔을 때는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의심된다고 그랬어요.


나는 마치 엄마에게 아침에 있던 일을 이르는 아이처럼 쫑알댔고 의사 선생님은 묵묵히 들어줬다. 의사 선생님은 몇 가지를 더 체크하시더니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의심된다면 한 번 호르몬 검사를 해보자 했다. 채혈을 했고 생리를 유도하는 주사를 맞았다. 사 맞은 곳을 솜으로 막으며 의사 선생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그리고... 제가 생리 불규칙이 심한데 나중에 아이 가지기 힘드나요?


사실 이 질문이 내가 오늘 산부인과에 온 이유이기도 했다. 솔직히 생리는 안 하는 것이 편하다. 웰컴. 그런데 생리 불규칙이 심해지면 임신이 잘 안된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본 후 생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휴, 아니에요~~ 뭘 벌써 그런 걱정을 해. 다들 스트레스 좀 받으면 생리 불규칙해지고 그래요. 내가 호르몬 검사 나오면 바로 알려줄게요. 생리로 스트레스받으면 더 안 나와! 생각하지 마요.


의사 선생님은 별거 아니란 듯 말하셨지만 꺼림칙한 기분 떨칠 수 없었다.





불임. 이를 가질 생각이 없으면 괜찮지만 그 반대가 될 경우 정말 철저하게 자책하게 되는 단어. 이 단어의 슬픔은 탓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아이를 꼭 가지고 싶다. 렇지만 요즘 주변을 보아도 노력을 했는데 아이를 못 가지는 경우가 많더라. 유튜브에 불임을 검색해도  여러 후기가 있고 그 전초 증상이 불규칙한 생리였다는 말이 많았다.


만일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난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내 부모는? 내 남편, 그리고 시댁은? 혼도 안 했지만 불임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보다 컸다. 물론 괜찮다 하겠지 그러나 나부터가 너무나 괴로울 것 같다.


30살을 4달도 안 남긴 시점, 불임이 너무 무섭다.



* 글에는 불임이라 작성했지만 요즘에는 불임 대신 난임이란 단어를 쓴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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