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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진 Aug 16. 2019

사라지는 시간 경계에 대한 불편함

시민교육의 길

즐겨 찾는 도서 사이트가 있다. 어느 날 오전 책을 주문했다. '당일배송' 지역이기에 그날 밤에 배송 도착이 된다는 문구가 함께 있었다.

 '그렇게까지 배송해줄 필요는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있다가 혹시 배송이 됐나 앱을 열고 확인해보았더니 배송 예정만 뜨고 도착은 하지 않았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막상 당일 배송해준다고 했으면서 그렇지 않은 부분이 조금은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다음날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을 여는데 무언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어 아래를 보았다. 어제 주문한 그 책이었다. '허걱...' 언제 배송이 됐는지 책은 '저 왔어요. 보세요~'라는 미소를 띠며 나에게 안기려 했다.

 확인해보니 아침 8시가 안 된 시각에 배송이 되어 있었다. 택배 배송이 이렇게 빨리 시작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무엇이 택배 시스템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학교 여선생님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어떤 배송이 무척 편리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알게 되었다. 유명 여자 연예인이 광고하는 마켓 OO이 그런 것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광고를 보면서 대체 뭐길래 저렇게 홍보를 할까 했는데 어느새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던 것이다. '새벽 배송', 이후 자료를 찾아보았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부터 대형마트에서도 급하게 새벽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기사도 찾아 읽게 되었다. 누군가의 편리함은 또 다른 누군가의 불편함을 가져오는 제로섬인 것인가...


 어느 날부터 한국 사회는 잠들지 않고 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 대표적인 한국 이미지 아닌가. 방송에서 외국인들이 밤늦게까지 그것도 안전하게 놀 수 있는 한국이 좋다는 장면에서 조금은 마음이 불편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몇 번 해외를 다니면서 저녁이 되면 불이 꺼지고 조용해지는 나라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점점 우리 사회에서 시간 경계가 사라지는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노동인권에서 중요한 것이 '건강권'이다. 우리 사회 안전은 시민의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자연의 섭리인 낮과 밤이 존재하는 이유는 빛을 통해 인체 에너지를 얻고 어둠을 통해 인체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리라...

 

 대학생 때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조금 더 벌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하는 비용도 생각해 본다면 사회 시스템이 막아줘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인권에서도 소비자이면서 노동자인 다중 정체성으로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가지만 존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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