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직원도 행복한 내일을 위한 기록과 다짐
대표님, 이제 끝이 보여요!
대형 프로젝트 수행이 한창이던 11월 마지막주 월요일이었던가, 선임 중 하나가 일찍 출근하여 한층 똘망똘망해진 눈빛에 신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요 대표님! 정말 문자 그대로 끝이 없을 것 같던 프로젝트들은 어느새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의 가을은 그렇게 순식간이자 동시에 너무도 길고 뜨겁게 흘러가버렸다. 그 전쟁 같은 시기를 잘 이겨낸 직원들은 일찍이 휴가를 주었고, 나는 기어이 여태껏 일을 하다 한 해의 끝까지 와버렸다. 둘째를 막 재워놓고 조용한 겨울밤, 드디어 한해를 회고해 본다.
64개 고객사, 133건의 프로젝트
어느덧 7년 차였던 올해를 정리해보니 133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더라. 하나의 프로젝트가 꼭 하나의 아웃풋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규모가 있는 데모데이는 다수의 팀을 동시에 제작하기도 하니까, 아마 우리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 적어도 160개 이상은 될 것이다. 아주 단순히 계산하면 단 4명의 '팀 원포인트'가 매주 3건 이상의 결과물들을 쉬지 않고 만든 셈이다. 단언컨데, 우리의 분야(프레젠테이션, 제안서, 소개서, IR Deck)에서만큼은 질적으로나 속도 면에서나 국가대표라고 자신한다. 우리 직원들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원포인트는 불황의 그늘이 드리운 2022년, 다들 어렵다 하는 올해도 주눅 들지 않고 조금 더 성장하였다. 작년 이맘즈음 글을 쓸 때도 폭풍성장을 뿌듯해하였으나 더 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기어이 올해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이미 닳고 닳은(?) 나를 비롯하여 최고의 베테랑이 된 선임 직원들, 포기 없이 바삐 따라준 신입까지 우리의 퍼포먼스를 어느 팀이 이길 수 있을까! 어떤 고객을 만나던 껄껄 웃으며 해결사를 자처할 수 있는 것은 한없이 든든한 직원들 덕분이다. 고맙다 정말.
간지러운 감사의 마음은 선물과 여행, 성과급으로 전했다. 나도 직장인 시절 큰 회사 다니며 받아보지 못했던 제법 큰 성과급을 줄 수 있었고, 각자 경주로, 양양으로, 부산으로 리프레시 휴가를 보내는 것도 가능했던 것은 온전히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뉴스 속에 존재하는 대하기 어려운 MZ세대와는 다른, 대표인 나만큼이나 일에 몰입하여 수많은 성취를 함께 한 친구들이기에 존중받아 마땅하다. 부디 즐겁고 따뜻하게 연말을 보내고, 웃으며 건강하게 내년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랄 뿐!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을까
12월 초, 직원들 앞에 연말 결산 리뷰를 하며 “우리 비즈니스의 한계는 아마도 올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이지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한 해였다. 대표가 “여기까지다!”라고 선을 긋다니 다소 우스운 꼴인가.
그러나 주 사업영역과 패턴이 크게 바뀔 게 없는 상황에서 내년은 온갖 지표가 하나같이 어둡고, 결국은 기업과 기관들이 줄이는 예산들에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역성장을 예언했다. 껄껄껄 긍정왕의 새해다짐 치고는 꽤 비관적이다. 나도 감이란 게 있으니, 분명 내년은 올해보다는 어려울 것이다.
경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가 스케일러블 하지 않은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동일한 방식의 성장을 목표로 하지는 말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시간을 대신하는 일이다. 우리 조직규모를 생각했을 때 효율의 정점이 올해였음을 의심할 수 없으리만큼 우리는 엄청난 일의 규모를 처리해냈다. 비즈니스 고유의 성격을 생각하면 놀라운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더 성장을 한다? 인원을 충원하거나, 우리를 더 갈아넣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가장 장사가 잘되었던 오늘 역설적으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 되었다. 내년에도 우리의 매출이 조금 줄어들지언정 여전히 조직은 가볍고, 구성원들의 퍼포먼스는 압도적이기에 걱정할 만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동력을 준비해야 하는 함은 틀림없다. 나에게 잉여의 시간이 전혀 허락되지 않았던 올해는 불가능했지만 내년은 분명 그 시간을 노력해서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탐색과 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좋소 8년 차, 내년도 내후년도 좋좋소
야망 없는 소리를 하려니 직원들에게 쑥스러운데 나의 꿈은 대단치 않다. 흔히들 놀리는 좋소의 규모를 벗어나긴 어려울 팔자다. 제법 자기 객관화가 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업가가 될 수는 없는 인물이다.(사실 겁이 많다.)
그러나 작은 팀의 기관차 역할에는 주저함이 없기도 하다. 전교 회장 말고 반장, 조별과제의 조장 정도는 가장 꼼꼼하게 해낼 수 있다. 작은 우주 안에서 내가 좀 더 오지랖을 떨어 우리 팀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즐거움은 아는 사람이다. 내 품에 들어오는, 이 작은 세계의 평안과 행복이 결국 내가 꿈꾸는 전부이다. 그래서 지금 사무실로 이사 오면서 만들어놓은 자리도 딱 다섯이다. 애초에 이 비즈니스를 위해 더 큰 조직을 바라지 않았다.
이 소박한 리더의 꿈을 현실로 가능케 해주는 우리 팀, 직원들에 대한 감사와 존중을 다시금 되새긴다. 그들이 성취감과 행복을 이 회사에서 계속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도 계속 듣보잡 좋소일 확률이 높지만, 소속 구성원 누구에게나 이견없이 합리적이고 진정성 있게 다정한 좋소기업이 될 것이다. 고객사들에는 없으면 큰일이 날 파트너 히어로가 될 것이다. 여러 성취와 행복을 겪어보니 결국 내 가까이의 사람들이 나로 인해 웃는 것이 가장 큰 짜릿함이더라. 내 가족, 우리 직원들, 나의 고객들이 그 대상이다. 나의 우주가 당당하고 따뜻한 곳이기를 바라며 내년도 힘을 내어봐야지.. 다짐한다.
우리 업무에서는 중요한 여백, 내 삶에는 없던 것
우리 원포인트는 콘텐츠의 전달력 확보, 시각화를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화면이나 종이 위에서 필요한 수많은 선택들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여백이다. 여백은 단순히 비어있음이 아니라, 화면 안에서 선이 되고, 면이 되고, 시선이 되어 콘텐츠 전달력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한다. 그래서 그 적절한 여백은 항상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큰 사업가 되기엔 부족한 '겁 많은 사장님의 불안 강박'이라고 해야 할까. 내 삶은 올해 철저히 여백이 없었다. 매년 바쁘다 하면서도 만들 수 있었던 짧은 여백들이 올해는 기어코 한순간을 만들지 못하고 심지어 연말까지 꽉 차게 일을 해야 했다. 작년 이맘 즈음은 그래도 좀 쉬었던 것 같은데 끝내 여유 며칠을 만들지 못했다. 이것도 참 병에 가깝다.
혼자 일하던 때를 지나 작은 조직을 꾸리고 나니 가장 겁나는 것은 일이 끊기는 것에 대한 공포였다. 실제로는 매년 늘기만 했으니 기우 아니겠느냐-라고 데이터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수면 아래 부지런히 물장구쳐 온 노력의 결과일 뿐 절로 되는 것은 세상에 없다. 항상 앞에 일이 쌓여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애써 일을 몰아붙여 바쁜 1년이 지나버렸다. 하도 바삐 매일매일을 쳐내다 보니 불안할 틈도 없지만 행복할 틈은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결국 내 하루 중 행복은 집에서 딸내미들 씻기고 부대끼는 그 잠깐이고, 잠들기 전 아내와 나누는 별 것 아닌 대화에 있는데. 그 시간마저 위태해질 만큼 아슬아슬한 가을을 보내고 나니 나도 좀 지치기도 했다. 여백. 여백이 필요하다.
..잉? 내년에도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한다..라고 불과 바로 앞문단에 써놓고 여백이 필요하다니. 넘치게 일하고 있으면서 새로운 파이프라인 실험이 필요하다니. 모순적인 욕심이 글을 쓰며 실시간으로 우습다. 그래 겁도 많고 욕심도 많구나 내가. 불혹은 무슨. 마흔을 먹어도 나는 여전히 이렇게 갈피를 못 잡는다. 언제쯤 삶의 원칙과 철학이 있는 멋진 으른이 될 수 있을까.
원포인트의 행복한 2023년을 위해
나의 시간과 능력을 바닥까지 소진하여 해낼 수 있는 경계는 올해 닿았던 것 같다. 낑낑 대는 대표를 바라보는 우리 직원들도 말을 안 해 그렇지 많이 힘들었으리라(아 말은 했는데 내가 웃어넘겼던가?). 여백 없이는 아무것도 새로워질 수 없다는 결론이기에, 내 짐이 덜어지게 될지, 더해질지는 몰라도 일단 아직 사무실에 비어있는 마지막 책상의 주인을 찾는 일부터 해봐야겠다. 당장 불투명한 내년이라 충원은 미뤄야겠다고 직원들한테 말했었는데, 미루지 않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어본다. 기존 멤버들과 합이 좋을 친구를 빨리 만날 수 있길.
그렇게 나에게 여백을 만들면 다시 무언가 채워지고, 실험하고, 기회를 찾아 움직일 여력이 생기리라 믿는다. 새로운 발견과 시도를 우리 구성원들에 공유하고 동의를 얻어 함께 또 도전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의 원포인트를 만든 것처럼, 새로운 성취를 함께 이루며 나아가고 싶다. 아마도 피곤하리라는 얘기다. 대학 시절부터 원래 나랑 뭐 하는 친구들은 항상 빡세다고 했었다. 어쩌겠는가! 즐겁게 함께 하며, 더 이상 우리의 능력이 소진만 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성장이 있는 원포인트가 되길 바라본다. 말처럼 쉽지 않을 테고, 변수는 또 가득하겠지만 23년은 조금 달라질 수 있기를!
원포인트와 함께 즐거이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고객사의 실무자분들,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해 주었던 우리 직원들. 언제나 따뜻한 사랑을 준 가족들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끝까지 붙들고 있던 2022년을 보내준다. 아듀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