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먹을 거라면 (2)
하루 중 가장 배고픈 시간은 잠들기 직전.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서 내일 아침에 뭘 먹을까 떠올려본다. 내일은 두부조림인가 보다, 하고 잠이 든다.
아침은 대충 건너고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역시 두부조림. 운동하고서 샤워하러 가기 전에 두부 한 모를 뜯었다. 두부 물기 빼는데 키친타월은 늘 아까워서 다회용 종이 행주에 두부를 감싸고 그 위에 물 담은 컵을 올려놨다. 부디 쫙쫙 빨아들여주기를.
남자친구가 무심코 알려준 사실인데, 나는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두부를 찾았다. 원래 두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이어트로 먹으려 했던 모닝 두부는 하루만에 질려했고, 부대찌개에 들어간 두부는 못 본 척 했다. 두부 김치를 안주로 시켜본 적도 없다. 그나마 두부가 들어간 음식 중에 맛있다고 생각한 건 시금치 무침에 두부를 으깨서 버무린 반찬 정도.
입맛이라는 건 바뀌는 순간을 포착할 수 없는걸까. 안 먹던 걸 어느 순간 찾아 먹고 있다는 걸 불현듯 알게될 뿐. 두부와 반대로 요즘 나는 버섯, 특히 표고버섯을 먹지 않는다. 어느 순간 표고 특유의 얼시earthy한 향이 거북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아무튼 두부가 좋아졌다. 그러니 조려보자.
나는 눈대중으로 요리를 못한다. 어차피 내가 먹고 싶어서 만드는 한 끼인데, 맛있어야지! 1숟갈은 정확히 1숟갈인 게 좋다.
내 레시피 창고는 만개의 레시피. 없는 레시피가 없다. 두부조림을 검색하고 사진이 맛있어 보이는가, 재료가 간단한가, 후기가 있는가. 이 세 가지 조건으로 레시피를 고른다. 나름 엄격하다.
필요한 재료는 고춧가루, 간장, 맛술, 다진 대파, 다진 마늘, 설탕, 참기름, 물. 레시피를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따라 한다. 맛있게 먹고 싶었고, 충분히 맛있게 먹었다. 젓가락도 필요 없었다. 조린 두부를 숟가락으로 흰밥 위에 으깨서 비비듯이 먹으면 그만이다.
맞은편 식탁 의자에 두 다리를 올린다. 잘 먹었다는 뜻이다. 미처 다 먹지 못한 다섯 개는 내일 아침에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어야지.
잘 먹고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