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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Jul 17. 2024

강아지 다섯 마리를 동물보호센터에 보낸 날


얼마 전부터 들개 한 마리가 회사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흰 개가 고라니를 물어 죽이는 걸 봤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아마도 이 개인 것 같았다. 어제 건물 입구에 나타난 이 개를 유리창 아래로 내려봤다. 그런데 가슴이 부풀어 쳐져 있는 것을 보니 근래에 새끼를 낳은 것 같았다.


오전에 직원들이 차 밑에 강아지가 있다고 했다. 강아지는 총 세 마리라고 했다. 또 누구는 쓰레기장에 한 마리가 더 있어 네 마리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어미개가 왔을 때 새끼 개들이 일제히 나타나 젖을 먹었는데 세어보니 다섯 마리라고 했다. 말이 다 달랐다.


응급처치 강습을 받으러 온 수강생들도 쉬는 시간에 나왔다가 강아지를 발견했나 보다. 지나면서 저기 개가 있다고 한 마디씩 했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강아지 주변으로 정체를 알 수 있는 생명체의 살덩어리가 보였다. 어미개가 뜯어서 물어온 것일까.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동물보호센터에 연락을 했다.


동물보호센터에서도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대형 케이지를 설치하고 그 안에 개가 잡히면 연락 달라고 했다. 보호센터에서 두 명의 여직원이 왔다. 건물을 같이 한 번 둘러보고 케이지를 설치할 장소를 정했다. 장비를 설치하고 있는데 혈액원 여직원이 여기 옆 차 아래에 강아지가 있다고 알려줬다.


동물보호센터 여직원들 정말 민첩했다. 바닥에 배를 붙이고 안을 들여다보더니 곧이어 팔을 뻗어 어린 강아지 한 마리를 꺼냈다. 약간의 저항이 있었지만 금세 제압하는 실력. 강아지의 건강상태는 아주 좋지 않았다. 몸과 귀 안에 진드기가 가득했다. 입으로는 극혐이라면서 손으로 진드기를 빼주는 그녀들이 특별해 보였다.


강아지는 스타렉스 뒷칸 동물 이송장에 곧바로 실렸다. 이번에는 조금 떨어진 차 밑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발견했다. 그녀들을 보조해서 강아지 두 마리를 더 잡았다. 다른 강아지는 보이지 않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스타렉스가 떠났는데 조금 있다가 멀리 떨어진 다른 자동차 아래서 강아지 두 마리가 더 발견됐다. 다섯 마리가 맞았다.


후배가 동물보호센터 직원분께 다시 연락해서 두 마리를 더 발견했다고 얘기했고, 그분들은 가던 길을 돌아서 다시 회사로 오셨다. 이번은 강아지들이 차 아래로 피해 다니고 수풀 사이로 사력을 다해 도망을 다녀서 잡기가 쉽지 않았지만 결국 마무리를 지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사무실에 올라와 있는데 30분쯤 지났을까 어미개가 나타났다. 여기저기 새끼를 찾으러 다니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들개라고 하지만 어미와 자식을 떼놓게 되었으니 이 짓도 못할 짓이다.


어미개가 강아지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먹이 냄새를 맡고 오늘밤 대형 케이지 안에 어미개가 들어가 갇혀서 내일 동물보호센터에서 새끼들을 만나는 방법. 그 길이 유일하고 가장 빠른 방법이긴 한데, 또 문제는 어미개는 입양이 어려울 터이니 안락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


참으로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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