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봉사회장님이 직원들 집에 가져가 먹으라고 두부와 어묵을 많이 챙겨 오셨다. 그날 퇴근하면서 냉장고에 들은 내 몫을 챙겨갔어야 했는데, 주중 내내 까먹고 집에 가서야 그 사실을 떠올렸다. 유통기한도 다 된 거 같은데 이거 안 먹고 버리면 벌 받지 싶어서 토요일임에도 사무실에 나가 두부와 어묵을 챙겨 왔다.
유통기한을 보니 두부는 일요일까지, 어묵은 이틀이 지났다. 그래도 사무실 냉장고에 계속 넣고 보관했던 터라 집에서 먹는 데에는 문제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곧바로 저녁에 곰손아빠인 내가 직접 나서서 어묵볶음을 해 보기로 했다. 어묵볶음을 만들겠노라고 하니 아내는 이제부터 요리를 하기로 한 거냐며 반색했다.
일단 유튜브를 켰다. 유튜브는 정보의 보고다. 어묵볶음을 검색했더니 여러 영상 중 백종원의 요리비책이 상위 두 번째에 나왔다. 패드에 이 영상을 틀어놓고 방송 레시피에 따라서 재료를 찾는데 어묵 빼고는 어딨는지 모르겠어서 "양파랑 대파랑 감자 있어?"하고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내가 주방에 와서 재료를 하나씩 찾아다 줬다. 어묵 썰고, 양파 껍질 벗겨 반 개 썰고, 감자 깎아서 한 개 다 썰고 해서 깊은 프라이팬에 다 때려 넣었더니 수북했다. 인덕션에 올려서 재료를 볶는 중이었는데 내 화구 화력을 줄이고 싶은데 익숙지 않아 버튼을 잘못 눌렀더니 잠금버튼이 떴다.
"헬프미"
아내를 불러서 전원을 다시 켰다. 그리고 다 볶은 다음 마지막에 간장이랑 올리고당이랑 깨를 뿌려야 하는데 또 재료를 못 찾아 소파로 돌아간 아내를 다시 부르니 혼자서 다 한다고 하더니 자꾸 손이 가게 만드냐며 아내가 귀찮아했다. 하여간 이 간단한 요리를 만들면서 아내를 세 번이나 부른 뒤에야 어묵볶음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저녁 식탁이 차려지고 내가 손수 만든 어묵볶음이 식탁 위에 올라왔다. 딸아이가 그걸 보더니 "아빠가 진짜 다 한 거야?"라며 신기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자기가 제대로 했는지 맛보겠다며 흑백요리사를 흉내 내며 눈을 감더니 어묵을 입으로 가져가 맛을 보기 시작했다. 아이는 내 어묵의 익힘이 뻑뻑하다면서 엄마가 한 게 더 맛있다는 평을 했다.
그렇게 어묵은 해 치웠다. 오늘은 두부의 유통기한일이니 저녁에는 두부요리를 해서 다 먹어치워야겠다. 맛은 덜하겠지만 모처럼 손을 써서 음식을 만들어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 기회에 일주일에 하나라도 뭔가 만들어보는 곰손아빠의 요리도전을 해 볼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