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루어질 거야. 반드시!
어릴 적 봤던 어린이만화 내용이 떠오른다. 몸이 작고 약한 아이가 동네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때리고 놀리자 이 아이는 엉엉 울며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어릴 적이라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아서 살을 붙여보자면, 아마도 아이가 착한 일을 해서 그날 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게 된다.
너의 소원 하나를 들어줄 테니 말해보거라.
산신령의 말에 아이는 생각이 많아진다. 머리를 똑똑하게 해 달라 할까? 그럼 서당에서 일등을 하고 과거에도 급제를 할까? 아니지, 돈 많은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할까? 앞 마을 뒷 마을 땅은 다 사버려? 고민하던 아이는 드디어 소원하나를 산신령에게 빌었고 이루게 되었다.
힘이 무진장 세게 해 주세요. 아무도 날 이기지 못하게요.
세월이 흘러 아이는 장성하였다. 우람한 근육에 커다란 키로 멋지게 자라 지게를 지고 나뭇단을 산더미같이 해온다. 남들은 한 번도 고된 산길을 아이는 두세 번도 거뜬히 오고 간다.
물론 자신을 괴롭히던 다른 아이들을 흠씬 두들겨 패준 것은 이미 오래전이겠지. 얼마나 통쾌했을까?
아무튼 힘이 장사인 아이가 지게를 지고 팔짱 끼고 산을 내려오는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걷어올린 바지, 전완근, 웃통을 벗어 드러난 복근. 흠...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아니 청년이 당황한다. 오줌이 마렵다. 뜻밖에도 청년은 그 무거운 나뭇단을 그대로 지고 되돌아간다. 조금만 더 가면 집이 나오는데 다시 되짚어 산 위로 위로 올라간다.
그냥 지게를 잠시 내려놓고 그 자리에서 볼 일을 보면 안 되는 건가?
어렵지 않게 가능하잖소? 그...
아이는 땀을 흘리며 산 위로 올라가 자신이 즐겨 볼일을 보는 장소까지 찾아가서 시원하게 오줌을 싼다.
그리고 다시 지게를 지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 지긋한 나이에도 나는,
내가 지금 무거운 지게를 지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청년이 되어 생각해 볼 때가 자주 있다.
오줌은 마렵지, 짐은 무겁지, 버리고 갈 수는 없고. 힘은 남아 걷고는 있지만 이게 맞나 싶게 의심할 때가 있다. 내가 정해놓은 기준을 찾아 움직였지만 아주 간단히 생각 하나 바꿔서 좀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궁리해 본다. 이제야!!!
나도 오늘은 착한 일 좀 할 테니 내 꿈에 나타나주세요. 멋진 산신령님.
그리고 부르세요. 숫자 6개를..
물론 보여주셔도 돼요. 최선을 다해 외울게요. 어서요. 토요일이 멀지 않았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