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너야. 큭큭큭.
만약 여행을 간다면 어디로 가겠느냐고 누가 물어온다면
나는 즉시 대답할 수 있다.
우리 나라 곳곳에 숨겨진 크고 작은 사찰 몇 군데.
사람이 별로 오지 않는 한적한 곳이면 더 좋다.
푹신하고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잘 늘어나는 질긴 바지를 입을 것이다.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그 안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빨간 약 두 개와 비옷2개, 그리고 물과 사탕 정도를 넣겠지.
해도 뜨기 전에 부지런히 기차를 타고, 혹은 버스를 타고 진동으로 알람을 맞춰놓고 살짝 졸다 보면 도착할 것이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목적지인 사찰을 향해 차분히 걸어올라간다.
꽤 오래 걸어야하는 곳도 있겠지.
다리가 아프면 쉬지말고 내 발 밑 땅을 쳐다보며 걸어야겠다.
온통 떨어진 나뭇잎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는 그 보드라운 흙은 마법같이 나를 홀려 계속 나아가게 하겠지.
도착한 사찰은 으리으리하기도 아담하기도 할테지.
어쩜 너른 마당에 석탑 몇 개쯤 서있을 수도 있다.
휘이 크게 고개 돌려 둘러보고는 살금살금 마루에 걸터앉아본다.
규모가 있는 관리 철저한 사찰은 마루 한구석에 들어가지 마시오 라고 팻말이 놓여있다.
고맙다.
들어가지 말라니.
고맙네...
나보고 가지 말라잖아.
들어오지 마시오. 보다는 심쿵한 말이잖아.
내 속에 "들어오지 마시오"는 나는 안에 있고 너는 밖에 있는 지금. 너는 여기로 향하지 말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내 곁으로 향하지 말라는 말이다.
"들어가지 마시오"는 나는 밖에 있고 너도 밖에 있으나 나를 떠나 어딘가로 혼자 향하지 말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내 곁에서 어딘가로 향하지 말라는 말이다.
떠나지 말라는 것이다.
(미안해. 말장난해서....
그런데 이런게 좋은걸...)
아뭏든 나는 쉬지 않고 걸어온 엉덩이를 살며시 마루에 올려놓고 하늘을 쳐다본다.
처마 밑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무의 결까지 세아릴 작정으로 쳐다본다.
나무도 보고 마당도 보고 풍경이 달렸다면 그것도 빠짐없이 본다.
마룻바닥을 내려다 본다. 손으로 쓸어도 본다.
"왜? 전생의 기억이 좀 나나? 하아... 이놈의 마룻바닥. 참 많~이도 쓸고 닦았다 싶어? 큭큭큭"
네가 이렇게 물어보지 않을까? 우린 그래도 되는 오래된 사이니까.
"오냐. 이놈아. 전생의 기억이 뚜렷하게 떠오르는구나. 언놈이 네 놈이 툭하면 도망쳐 잡아오라 명하던게 엊그제같구나. 이놈아. 킥킥킥"
우린 서로 그 자리에서 각자의 족보를 읊어대며 -이놈아.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니라. 고얀것- 해가면서
허리가 끊어지게 웃어버릴 지도 몰라.
"넌 왜 맨날 이런 절만 찾아다녀? 재미없게."
내 옆에 앉아 투덜대는 너를 보며 대답해줘야지.
"그냥 절 마룻바닥에 놓여있을때가 제일 마음이 편해서."
살랑 부는 바람에 때릉 풍경이 울면
보드란 치맛자락 살짝 감아쥐고 서서 내다 봐야지.
바람따라 살며시 네가 오고 있는가 살펴봐야지.
걱정마. 나는 아직
들어가지 않았어. 널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