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칼린이 말했다. 너 자신을 위해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라고. 그들을 위한 용서가 아닌 나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서.
내가 건강해지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최대한 미래를 향해 이야기 해야 한다고도.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타인도 나를 포기할 수 있다고.
그럼 나는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기어가든, 걷든, 뛰든 해야겠지.
선생님이 말했다. 언젠가는 그들이 주지 못한 사랑을 채워주고도 넘치게 줄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그러니 내가 가지고 있는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자를 찾으라고. 나의 높은 허들을 넘을 수 있는 반려자 만이 나의 완벽한 치료의 끝일 것이라며.
나는 도대체 몇 번의 상처를 받아야 만날 수 있을까. 노력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실패였다. 처음 저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매우 낙담했었다. 내가 원하는 방법이 아니었기에.
이제 더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선생님은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급하게 가지 말고 올바르게 가라고. 영원히 없을 것이라 단정 짓지 말라고. 나의 삶을 가여워 하셨다. 나아지는 듯 하면 기필코 나타나 다시 나를 절벽 속에 가둬 놓은 일들에 대해서 말이다.
뭐가 정답일까. 둘 다 일 수도, 하나 일 수도, 모두 아닐 수도 있다. 세상에 필연적인 것들은 대개 나를 행복하며 비참하게 만들었다. 당당히 양 끝을 붙잡던 나는 조금 옅어졌다. 웃고 싶어 우는 일을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 드디어 바라던 미지근한 사람이 된 걸까? 아니면 불투명한 존재가 되어 버린 걸까.
(나의 허들은 더 높아지기 보다 점점 두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