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과 선의를 주고받으며 일하기
산부인과 펠로우 선생님께 커피를 얻어마셨다. 펠로우 선생님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수술 기구를 조작하고 움직이는 것이 어설프고 느렸다. 전담간호사 선생님이랑 소독간호사였던 나는, 평소에 잘 대해주시고 좋아하는 펠로우 선생님이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움직여보시면 어떨까요?” “이런 기능이 있어서 이렇게 사용하면 조금 더 편할 거에요.”라며 이런저런 제안을 하며 협동적인 분위기로 수술을 진행했다.
그 선생님은 펠로우라고 나서거나 아는 체 하기보다는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물어보고 배우는 태도로 다가와주시는 분이셨다. 방에 들어오면 인사를 건네고 수술방 상황을 보며 기다리거나 먼저 도와주시는 태도가 강하셨던 선생님이기에 이런 분위기가 가능했으리라.
교수님의 조언과 시연으로 펠로우 선생님께서 어찌어찌 무사히 수술을 끝내셨다. 수술 부위를 꿰매면서 선생님께서 “아이구, 정말 쉽지가 않네요. 나 때문에 모두 고생했는데 커피 한 잔씩 마실래요?”라며 웃으신다. 처음에는 수술팀원들이 손사레치며 거절했다가 “다음에 할 때 미숙하더라도 더 잘 봐달라는 뜻이니 거절하면 안 돼요~.”이라며 농을 던지시는 펠로우 선생님 덕분에 함께 웃으면서 각자의 음료 메뉴를 정했다.
선생님은 환자를 마취에서 깨워 퇴실하고 수술방을 청소하는 사이 직접 병원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다녀오셨다. 음료를 사오시고는 각자의 이름표를 적어, 수술실 공용 회의실 구석에 있는 냉장고에 넣어두셨다. 각자의 퇴근 시간이 다르기에 제 것을 놓치지 말고 찾아먹으라는, 우리 사람 것이니 아무나 가져가지 말라는 작은 센스의 포스트잇에 감동받았다. 수술방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같이 수술한 간호사 이름을 외워(적어도 수술간호기록을 참고하는 수고를 보여서) 이름 석자를 기억해서 적어준다는 말인가. 몇 달간 같은 수술을 매일같이 반복한 교수님도 내 이름을 모를텐데 말이다. 때로는 기계 같다 느낄 정도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주는 울림은 마음을 충만하게 채운다.
같이 수술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이건 어차피 너의 일, 이건 나의 일이니까 당연히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마음이 나올까? 우리는 각자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객관적 입장에서 일을 수행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 감정적 사고를 가진 인간인지라,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상대에게는 조금 더 웃으면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면서 일하게 되기도 하고 현재 참여하는 수술 그 이상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기도 한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그 마음, 도와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합쳐진 시너지 효과일까. 수술도 잘 진행되었고, 적지 않은 수술 시간이 걸렸음에도 몸도 마음도 피곤하지 않았다. 초과 근무를 하다가 교대를 받아 탈출해, 같은 구역 탈의실을 쓰시는 전담간호사 선생님 자리에 음료를 넣어두고 다시 수술방으로 돌아간다. 펠로우 선생님께 잘 마시겠다고,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러 한번 더 방에 들르고 기분 좋은 퇴근길이었다.
좋은 사람에게 좋은 점을 보고 배우자. 정확하고 빠른 속도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성을 잃지는 말자.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에서 우리를 잃지 않는 법은 그게 전부다. 아끼는 마음을 잊지 말고 감사와 기쁨을 표하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