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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글 쓰는 여성: 1. 들어가며

제목은 같지만 내용은 다릅니다!

‘영화 속 글 쓰는 여성’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글들은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글 쓰는 여성'이라는 주제에 관해서는 이미 책들도 나왔고 블로그도 많이 쓰였다. 다만 이 글은 글쓰기와 영화 속 글 쓰는 여성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담고 있다.


1.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인 체험에 미루어볼 때 글쓰기는 많은 사고와 시간, 노력을 요하는 작업으로 어떤 경우에는 글 쓰는 사람의 결혼과 같은 사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 영화 ‘작은 아씨들’의 조 마치(라고 쓰고 루이자 메이 올컷이라고 읽는다), 제인 오스틴, 에밀리 디킨슨 등은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글을 썼다. 이들이 결혼할 의사가 없었는지 능력이 없었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제인 오스틴의 경우를 보면 그녀는 독신이면서도 연애와 결혼에 관해서 통찰력 있는 소설을 썼고 독자들은 이에 열광했다.


2. (이 시리즈에서 다뤄지는) 18세기에서 20세기를 걸쳐 살았던 여성 작가들은 대부분 익명 아니면 남성, 중성 필명으로 글을 썼다. 브론테 자매, 메리 셸리, 그리고 콜레트는 자신의 이름을 빼앗기거나 숨겨야 했다. 브론테 자매는 벨 형제로, 메리 셸리는 남편 퍼시 비시 셸리의 이름을 단 서문과 함께 익명으로 소설을 출판했다. 콜레트는 남편에게 오랜 기간 저작권을 빼앗긴 상태로 살았고 심지어는 감금 상태에서 소설을 쓰도록 강요당했다. 남성들이 주도권을 쥔 문학계는 여성의 목소리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성 작가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문학은 여성의 일이 아니라고 했다.  


3. 여성 작가들은 때로는 우울하고 정서적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영화 속 인물이자 작가 지망생인) 82년생 김지영은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심각한 정서적 충격으로 정신질환에 걸리기도 한다. 울프는 어린 시절 성폭행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우울증과 조울증에 시달렸으며 실비아 플라스 역시 남편 테드 휴즈의 외도와 학대로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김지영은 독박육아와 시댁 스트레스로 정신적인 해리 상태를 경험한다.


4. 글쓰기는 치유이자 회복이다. 82년생 김지영이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상담가와의 상담을 통해서 글을 쓰고 회복의 길에 들어선 것처럼 나 역시 이 글을 씀으로써 치유를 받았다. 삶의 허전함과 공허함을 글로 메우고 치료했다.

    

여성 작가라는 주제에 관해서 쓰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결혼과 작가적 삶 사이에서 갈등하고, 작가적 정체성을 고민하며, 여성 작가를 반기지 않는 주위 환경에 대항하며 때로는 관습에 반하는 글을 써내던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여성이 글을 쓰는 것이 부질없는 일처럼 보이던 시절 굳이 그 일을 선택해야했던 그들의 천형과도 같은 문학적 재능에 대해서 숙고했다.        


이어지는 글들은 모두 10개이다. 작은 아씨들(2019), 디 아워스, 비커밍 제인, 보이지 않게 걷기, 메리 셸리, 조용한 열정, 실비아, 콜레트, 비올렛(바이올렛), 마지막으로 82년생 김지영. 모든 글 하나하나가 내게는 소중하고 그것을 쓰는 시간이 힘들면서도 즐거웠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잠시나마 글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면 나로서는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일독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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