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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 Oct 22. 2021

Prologue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상적인 곳을 꿈꾼다. 대기업, 공무원, 공공기업 등 안정된 곳에 가고 싶어한다. 오랜 시간동안 준비해서 고생 끝에 들어가지만 회사는 실망으로 가득하다. 선택이 잘못된 것일까?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만 수많은 이유가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첫 직장으로 시골 폐수처리장으로 출근한 청년이 있다. 높고 화려한 빌딩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접고 시골 산속에 자리한 폐수처리장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초짜와 똥쟁이로 불리면서 낯선 생활에 적응해가지만 거친 현장 사람들과 부딪치며 때로는 마음에 상처를 받고 때로는 짐을 싸서 떠나기도 했다.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며 고된 현장 생활을 이어갔다. 


 그 곳은 어둡고 부정적인 생각을 정화하는 우리 마음과 닮았다. 날것으로 가득한 그곳에는 가려지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동시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는 곳이다. 권정생 작가님의 ‘강아지똥’ 이야기처럼 낯선 곳에 툭 떨어진 채 그 곳에서 만난 생명들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고, 낯선 생명들과 공감하며 조금씩 적응해간다. 빛나는 순간을 살아가는 미생물은 우주 속에 한 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와 다르지 않았고, 위험한 순간에 마주친 낯선 누군가는 미래의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결혼 후 안정된 생활을 위해 도시에 살게 된 나는 아빠가 되었고, 이번에는 불만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만나 문제를 해결을 하는 고객만족센터 업무를 맡게 된다. ‘누가 내 머리 위에 똥쌌어?” 그림책에 나오는 두더지처럼 늘 머리 위에 누군가의 똥을 얹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의 불만은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마음의 불만은 쌓여간다. 


 내 안의 불만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고객 불만 해결이라니, 몇 차례 불만 고객을 만났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낯선 사람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하나의 눈으로 살아가는 외눈박이처럼 사람과의 거리를 가늠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그때 내 마음의 불을 밝힌 것은 두 아이였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조금씩 낯선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잃어버렸던 한 쪽 눈을 찾아 그들에게 다가갔다. 우연히 만난 타인, 아이의 말 한마디, 아내가 밑줄 친 책 속 문장에서 머리 위에 똥은 그 누구의 똥도 아닌 자신의 똥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 자신의 일과 여행에서 찾아온 시련을 공감으로 이겨내는 이야기이다. 두 가지 시선이 있다. 처음 회사생활을 만난 동료를 시작으로 시선을 여행하며 만난 낯선 타인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조금씩 성장해간다. 완벽한 아빠가 아닌 시작부터 엉뚱하고 잦은 실수로 위험과 마주하지만, 위축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이겨낸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공감능력을 키워간다.  


 첫 직장생활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작은 물줄기처럼 시냇물과 계곡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일지 모른다. 누군가는 두려워서 안락한 바위틈에 평화롭게 지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꿈마저 잊어버리고 만다. 부디 그 곳을 빠져나와 굽이치는 강물로, 더 나아가 바다를 향해 흘러갔으면 한다. 


 누구나 낯선 곳에 가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실수를 한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 대신 긍정과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어느 날 자신이 꿈꾸던 바다에 도착하여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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