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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요나 Nov 12. 2018

패러디로 다시보는 영화 ‘명량’

명란- 젓갈전쟁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 지형으로 각 지방마다 풍부하게 생산되는 해산물들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켜 장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도록 한 음식을 즐겨 먹었는데, 이를 '젓갈'이라 불렀다.
'젓갈'은 삼국사기에 나올 정도로 유서가 깊은 음식이며, 우리나라의 젓갈 종류는 약 140여 종에 이른다. 소재별로 분류해 보면, 생선으로 담근 것이 80여 종, 생선의 내장이나 생식소로 담근 것이 50여 종, 게나 새우 등 갑각류로 담근 것이 20여 종이고, 낙지·문어·오징어 등의 두족류로 담근 것이 16종, 그 밖에 해삼이나 성게로 담근 젓갈이 있다.
이 중 명태의 알로 만든 '명란젓'은 독특한 맛과 풍미로 '젓갈중의 젓갈'로 불리운다.


'명란젓'은 1949년 카와하라 토시오에 의해 일본으로 전해져 현재는 '멘타이코'라는 이름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음식이 되었으나, 이또한 '명태'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 된 것으로, 어디까지나 명란젓의 원산지는 우리나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명란- 젓갈대전의 시작>

예로부터 전라도지방은 남도음식이라하여 밥상차림에 젓갈이 빠지지 않았는데, 그 중 으뜸으로 치는 젓갈이 무형문화재  '이순심'여사의 명란젓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세상도 바뀌어 사람들은 마트나 인터넷으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색소와 조미료 범벅의 명란젓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먹었는데, 이에 비분강개한 이순심여사는 엉터리 젓갈로부터 우리 고유의 밥상문화를 지키고자 과감히 대형유통사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명란대전'이다.


명란젓을 자기네 음식이라 주장하는 일본회사 '저기요’의 도도사장과 국내업체로 후발하였지만 엄청난 물량과 선전공세로 젓갈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배다른 민족'의 류성룡사장은 담합하여, 우리나라 젓갈시장의 교두보격인 전라남도 해남땅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이순심여사의 '충무젓갈상회'도  두 기업의 끊임없는 합병제의와 직원 스카우트로 고된 6년을 보내었으나, "내겐 아직 12명의 직원이 남아있다."는 여사의 피를 토하는 의지 앞에서는 수백억의 로비도 통하지 않았다.
마침내 시작된 '울돌목 젓갈잔치'에서 두 유통업체는 삼백명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도우미와 시식 물량을 동원하여 젓갈판매에 열을 올리지만, 도도측근에 위장취업하고 있었던 이순심여사의 심복 '준사'에 의하여 그들의 도우미 작전은 사전에 알려졌다.

그리고 단아한 흰색 한복을 갖춰입고 자신이 앞장서서 정갈하게 한수저 한수저씩 정성을 담아 판매하는 이순심 여사와 그 열두직원의 진심은 '울돌목'에 모여든 주민들의 심금을 울리며, 완판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게 된다.


이날의 치열한 판매전 끝에 '배다른 민족'의 류성룡사장은 지병인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저기요’의 도도사장도 씁쓸히 일본으로 돌아갔으니, 후일 사람들은 이를 두고 <명란- 젓갈대전>이라 부르며, 우리 전통의 맛을 지킨 이순심여사와 열두 직원들의 애국충정을 높이 기렸다.

-글 끝에...-
영화 <명량>을 뒤늦게서야 보고 어떤 글을 써야할까 고민하다, 큰 스크린에 담긴 영화의 진면목을 다시 보고싶어 리뷰는 뒤로 미루기로 하고 기억의 의미로 패러디를 썼다.
영화를 보기전엔 어떤 평이나 스포일러도 보고 듣지 않는다는 원칙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수다스러운 평들은 피할 수가 없어서, 최민식 얼굴만 봤다, 후반이 힘빠진다, 두번 볼 영화는 아니다, 등등 별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 사람들은  '이순신'을 보러갔으나, 나는 영화를 보러갔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성웅 이순신>을 보았다.
극 중 '이순신'은 "나는 국민에게 충성하기 위해 왜적과 싸운다."고 했다.
이것은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의 대사와 일맥한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으며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우리시대에 충성을 받아야 할 대상은 국민인가 국가인가.
왜구에 유린당하고 참살되는 국민을 지 키기 위해 단 열두척의 배를 가지고 300척의 왜적과 맞선 용감한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 <명량> 은 꼭 다시 보아야 할 영화다.

writed by Jo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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