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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un 27. 2023

내 인생의 영화2

<킹콩>

내 인생의 영화2 <킹콩>     


  극장의 위기다. 지난 3년 코로나로 극장에 가기가 힘들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좋아진 지금도 극장은 손님이 들지 않아 비상이다. 시대가 변했고 영화를 보는 패러다임이 크게 바뀐 결과다. 주지하듯 넷플릭스를 필두로 하는 다양한 OTT 서비스가 대중화되었고, 그 외에도 영화를 볼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는 현재, 극장은 정말 위기를 맞고 있다.


  50이 넘은 필자는 그래도 영화는 큰 극장에 가서 봐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큰 화면이 앞에 있고 사방 빛이 차단된 컴컴한 극장 안에서 두 시간 동안 경험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그래, 그래야 제대로 된 영화 관람이 아닌가. 또한 동시에 극장은 갖가지 추억이 어려있고 다양한 감정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가령 극장은 많은 이들에게 데이트 장소이기도 하고 오락의 장소이기도 하며 혼자서 내밀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냥 대충 시간을 떼우기 위한 장소일 수도 있고 영화를 보며 깊은 사색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십몇년 전, 그러니까 지역의 로컬 극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이 대세로 등장했을 때, 서운하고 허전했던 기억이 난다.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런 감정을 토로했었다. 필자의 고향인 수원에도 여러 특색있는 극장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폐관할 때마다 무척 서운했었다. 그렇듯 극장이라는 공간이 갖는 여러 의미들이 있다. 자, 다음으로 영화가 갖는 여러 기능과 의미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을텐데 그건 다음에 또 하기도 하고 빨리 진도를 나가보자. 아, 한가지만 더 짚자. 음악이 그렇듯 영화에도 그때그때의 추억이 깃들기에 추억을 소환하는데 좋은 매개가 된다. 즉 특정영화를 떠올리면 그 영화를 보던 과거의 어느 때가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서두가 좀 길었는데, 오늘 필자는 그런 극장에 대한 최초의 원체험에 대해 좀 언급하려 한다. 항상 처음이란 건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에 영화의 작품성이나 이런저런 평가보다 처음 본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중요한 영화다. 영화의 내용이나 영화를 보러 가게 된 일체의 상황 등에 대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큰 화면에 어른거리던 어렴풋한 무언가가 기억에 남아있다. 바로 1976년작 <킹콩>이다. 찾아보니 한국개봉은 77년도 1월이라니 그때 내 나이 6살쯤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근처에 사는 열 살쯤 많은 사촌형, 누나들과 함께 갔던 것 같다. 극장은 진즉에 없어진 수원의 유명극장이었을 것이다. 


  검색을 좀 해보니 그때 내가 본 76년작 <킹콩>은 당시로서는 최고, 최대 규모의 자본을 투자한 블록버스터급 몬스터 영화였다. 흥행기록도 좋았는데 미국 개봉과 얼마 차이나지 않게 한국에도 개봉했을 정도니, 전세계적으로도 크게 흥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킹콩>을 보러갔던 극장 언저리와 화면에서 뭔가 어른대던 것만이 희미하게 기억이 나는 정도, 어쨌든 그게 내가 첫 번째로 극장에서 본 영화고 극장체험이었다.      


  2005년 연말, 반지의 제왕으로 한창 주가를 날리던 피터 잭슨 감독이 <킹콩>을 리메이크했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내 첫 극장영화를 다시 제대로 볼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 피터 잭슨 얘기도 재밌는데, 그는 1933년작 <킹콩>을 보고 영화감독을 꿈꾸었고, 언젠가 꼭 <킹콩>를 영화로 다시 만들겠다는 계획을 했다고 한다. 자, 어땠을까. 21세기 최첨단 기술력과 최고의 제작진이 뭉쳐 새로 선보인 <킹콩>, 사실 그동안 날고 기는 대형 스펙타클을 워낙 많이 봐온 지라 <킹콩>이 크게 새롭거나 대단해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인상적인 건 역시 킹콩과 금발 미녀 나오미 왓츠와의 애틋한 교감이다. 킹콩의 감정에 자연스레 동화된다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할리우드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봇물터지듯 나오는 수많은 괴기물, 몬스터 영화들이 있지만, 나에게 베스트 야수 영화는 영원히 이 <킹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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