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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Jun 30. 2023

내 인생의 영화3 <록키>

<록키>

내가 영화에 재미를 들여 본격적으로 극장을 드나들기 시작한 때는 대략 80년대 중반부터다. 나이로는 십대 중반이고 중학교 1, 2학년 정도로 기억된다. 80년대 할리우드 영화는 강한 마초들을 내세운 하드 바디 영화들이 대세였다. 대표적인 것이 실베스타 스탈론의 <람보> 시리즈와 아놀드 슈가제네거의 <코만도> 같은 영화들이다. 그런 영화들에 투영된 이런저런 정치적 의미에 대해 당시 10대 소년들이 알 턱이 있겠는가. 그저 강한 남자에 대한 동경으로 영화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알다시피 <록키> 시리즈는 <람보> 시리즈와 함께 실베스타의 대표작들이고,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1976년작인 <록키>에 대한 인상이 가장 깊다. 무명의 배우였던 실베스타 스탈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하면서 세계적 흥행을 이룬, 말 그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제로 재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영화를 언제 보았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80년대 초반 텔레비전을 통해 본 것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아 10대 초반의 소년들에게 록키는 얼마나 근사했던가. 언제 다시 봐도 아드레날린 뿜뿜하게 만드는, 진짜 남자 영화가 아닐까. 85년쯤이던가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와 동시상영 극장에 가서 <록키3>을 본 기억이 나고 이어서 친구집에 가서 비디오로 <록키4>를 본 것 같다. 4편 모두 엄청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좀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역시 <록키>가 명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적인 평도 대체로 그러하다. 록키는 이렇다할 배경도 배움도 없는,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청춘이지만 따뜻한 인정이 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나름의 진심을 다해 다가가는 용기 있는 남자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고, 록키는 최선을 다해 그 기회를 잡는다. 승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최선을 다했고 나 자신에게 떳떳한 멋진 경기를 후회 없이 펼쳤다. 내 사랑 애드리안이 나를 응원하고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허, 뻔히 아는 스토리인데 다시 봐도 환희와 감동이 있다. 언제 들어도 흥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주제곡은 또 어떤가. 수많은 이들이 영화 속 록키를 따라 달리기를 하고 권투연습을 따라 했을 것이다. 10대의 나 역시도 그랬다.     

 

  이쯤 되면 영화의 만듬새 여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해진다. 그냥 내 인생의 한 페이지와 함께 하는 인생 영화가 되는 것이다. 이후에도 수많은 권투영화가 세계 곳곳에서 만들어졌고 또 만들어지고 있지만, 권투하면 역시 <록키>가 아닐까. 많은 스포츠 영화에는 그 특유의 감동이 있는데, 특히나 헝그리 정신, 투혼을 불사지르며 큰 감동을 안기는 운동이 권투 아닐까 싶다. 그 안에 인생의 여러 요소가 잘 담긴다. 땡큐 록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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