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엄마의 몫인건가...
내 친구 H. 회사를 열심히 다닐 때였는데 속이 안좋다며 전화가 왔다
"윤경아, 출퇴근이 너무 멀어서 힘든가봐. 울렁거려."
얼마 뒤 H는 셋째 아이를 가진 걸 알았다
"셋째? 축하해. 그런데 회사는 어떻게 하려고 해?"
"글쎄. 고민해 봐야겠지만.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11년 전이다.
육아휴직이 있었지만 적지 않이 눈치가 보이던 때.
친정엄마 찬스나 시엄마 찬스는 더더군나 어려웠던 H.
결국 육아휴직을 쓰고 경력단절을 택해야 했다.
일한지 15년차를 넘긴 어느 날. 불현듯 나에게도 셋째가 찾아왔다.
경력단절이라는 선택지는 나에게 없었다.
대출금 갚기 빠듯했고 외벌이로는 아이 셋 키우기 어려울 것만 같았다.
마침 일하는 재미도 상당히 느끼던 때였다.일하는 보람이 이런 거라는 걸 느낄 때랄까...
내리 둘을 봐주셨던 시어머니께 다시 한 번 부탁드렸다.
"어머니, 셋째에요."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시어머니는 어렵사리 갓난아기를 맡아주시겠다고 답했다.
시어머니께선 요새 석달 쉬고 출근하는 사람이 어딨냐며 1년 휴직을 권했지만
일 욕심을 주체하지 못한 나는 석달 출산휴가를 쓰고 복귀했다.
그 사이 아이들이 커가며 변화무쌍한 상황에 부딪혀야 했고
단 일년도 온전히 아이를 위해 쉬어보지 못한 나를 탓하며 밤새 울기도 했다.
아이 일로 고심이 깊어진 어느 날 다시 H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나 휴직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너무 걱정된다."
천천히 아이 셋을 잘 키워온 H가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윤경아,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잘 생각해봐.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이제 얼마없어."
경력단절을 선택하는 대신 나는 단축근무라는 절충안을 택했다.
아이들을 돌봐주는 친정엄마 찬스가 있으니까.
단축근무를 하고 나서야 세 아이들이 학원과 어린이집 오가는 시간을
겨우 머릿 속에 입력할 수 있었고
둘째 공부도 한번씩 봐줄 수 있었다.
학원에 오가는 큰 아들 픽업하며 '오늘 어땠어?' 물어보기도 하고
막내 저녁을 가끔 먹이기도 한다.
경력단절이 좋은지 경력유지가 좋은지는 모르겠다.
다만, 운 좋게 친정엄마 시엄마찬스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