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응급실이라니

한밤중 피토를 한 두찌

by mu e


3주 전 미국에는 폭설이 왔다. 눈폭풍 피해가 컸다고 한다.

여기도 어마어마하게 눈이 내려서

이튿날부터는 -20를 넘나드는 한파가 왔고

덕분에 학교를 거의 방학 수준으로 쉬었다


그런데 주일 폭설에 신나게 눈놀이를 하고 나서

두찌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다음날부터 토를 해서

겨우 달래가며 토한 뒤에 죽을 먹이고 했는데

메슥거림과 구토는 점점 심해져서

결국 거의 이틀을 굶다시피 했다

전해질음료와 물로 연명하다가 급기야는 수요일 새벽 한 시에 아이는 자다 깨서 토를 하기 시작했는데

검붉은 색 토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함을 하면서 울었고 남편은 아이가 놀란다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 와중에 토를 다한 두찌는 아빠를 따라 엄마 침착해라고 타일렀다

토사물을 의사에게 보이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검붉은 토 그리고 거품이 일은 붉은 피가 보였다.


미국 응급실은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그런데 나는 얼른 이멀전시 가!!! 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남편은 갈 거야 진정 좀 해 애가 더 놀래라고 했다

어떻게 진정을 하냐 오빠나 조용히 해라 말하고 싶었지만 그 대신 그냥 이멀전시 이멀전시 가야 되라고 외쳤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엄마들은 아이가 한 끼를 굶으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사실 난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삼일을 내리 못 먹고 앞으로도 제대로 못 먹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정말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응급실은 오분거리에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럽지만 이곳을 이용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미국은 응급실 이용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토를 한 뒤로는 오히려 좀 메슥거리는 게 사라져 제 발로 응급실레 잘 걸어가는 두찌는 진료실 베드에 앉아서 의사를 기다리다 너무 안 와서 또 쳐져버렸다


의사는 토사물의 사진을 보고 장액에 담즙이 섞인 것 같고 피는 거품 같은 작은 피가 보이는데 위산이 목을 자극해 상처가 난 거라고 안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구토억제재를 먹고 상처 난 목치료와 수분공급을 위해 팝시클을 처방해 주었다 읭?

덕분에 새벽 두 시에 자다 깨서 같이 끌려간 첫째도 함께 팝시클을 얻어먹었다.


새벽 2시 응급실에서 두 아이들은 막대 아이스크림을 입술이 벌겋게 물들도록 즐겼다


그리고 감염여부검사를 진행했는데 B형 독감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의사는 음식은 먹든지 안 먹든지 괜찮지만 물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수요일 새벽을 보내고 구토억제재 처방을 받았으니 밥을 잘 먹일 수 있겠지 했는데 그날 잘 먹더니 다시 메슥거려지는 것이었다


아이는 토를 하기 싫어서 음식을 잘 먹지를 못했다


간호하면서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 챗지피티였다. 어떤 루틴으로 수분공급을 할지 음식은 어떤 것을 줄지 어떻게 해야 아이가 토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는지 지금 간호의 최우선순위등 정말 큰 도움을 얻었다. 아이상태에 따라 진통제를 구토억제제를 쓸지 말지 타이밍도 참고할 수 있었다


장이 좋지 않을 때는 금식이 우선인 것 같다 대신 전해질음료나 수분공금이 첫 번째라는 걸 알았다

억지로 뭘 좀 먹여보려고 시도한 게 아이 장을 더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는 거북이처럼 느려도 회복해 나가기 시작했고 아주 조심조심 음식 단계를 조절해서 정상 식사까지 갈 수 있는데 3~4일은 넘게 걸린 것 같다.

엄마마음에 뭐라도 먹이고 싶다는 건 욕심이다.

장이 안 좋으면 일단 무조건 먹이기 보다 수분 공급을 조금씩 자주 해줘야 되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탈수 안 오게 하려고 정말 십 분마다 물을 한 숟갈씩 주었는데 일주일간 두지와 한 몸이 되어서 지낸 것 같다.

폭설덕에 애들 아빠도 같이 쉴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이제는 애들은 안 아프고 내가 감기가 안 떨어진다. 그래도 어른이 아픈 게 낫다.





이전 14화어려운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