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전화기 같은 나

by mu e

전화기가 고장이 났다.

첫찌와 기싸움을 하다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핸드폰을 식탁으로 세게 내려놓으려 했는데 그게 슬라이딩을 하더니 바닥으로 탁하고 떨어졌다.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집어 들었는데 화면이 까맣다.

그런데 문자, 메시지 알림음은 계속 울린다. 전화벨 알람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화면이 안되니 터치도 안되고 작동을 할 수가 없다.

아쉬운 대로 카톡과 메시지일부는 아이패드에서 처리할 수 있었다.

출결 처리를 하는 앱도 아이패드에 깔아 두어서 다행히 그걸로 출퇴근처리는 할 수 있었다.


핸드폰이 없는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몰려오고 이런저런 것들을 확인한 뒤

후회와 자괴감이 몰려왔다.


나는 왜 이렇게 하찮고 보잘것없는 정도의 사람인 걸까 하는 쓰디쓴 마음이 올라왔다.

마음속에 좋은 것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것 같고 집안일도 잘 처리하지 못하는 것 같고

가족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것 같은 그리고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하는 일도 손대지 않고 미뤄두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하나도 좋지 않았다.


아무것도 작동할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이

살아있다고 띠링 거리는 소리는 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핸드폰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애플스토어 지니어스바에 예약을 해서 그다음 주 월요일에 당일 수리를 맡기고

거금을 주고 화면을 고칠 수 있었다.


수리 전 핸드폰 데이터가 삭제될 수 있단 경고를 들었다.

나는 동의서명을 하기가 꺼림칙했지만 화면을 고치기 위해서는 동의하고 수리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2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데이터가 사라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하지만 데이터도 화면도 정상으로 돌아온 핸드폰을 받게 되었다.

거금을 지불한 것이 매우 쓰라리지만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이 더 기뻤다.


다시… 기분이 나아졌다.

참으로 가벼운 사람이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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