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노엘 Apr 30. 2019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 아니 에르노 


'연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고스란히 서술한 아니 에르노의 1991년 작품이다. 워낙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고 솔직하게 글을 쓰는 아니 에르노인만큼 <단순한 열정>도 출간 당시 선정성과 사실성으로 인해 프랑스 문단에 큰 충격을 일으켰다. 


거짓 없는 솔직함.

솔직함으로 인한 뭇매를 과감히 무시하는 용기.

뜨거울 수 있는 열정.

열정 뒤 닥쳐올 폭풍 속으로 과감히 돌진하는 충실함.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라는 아니 에르노. 


이런 글을 쓰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과 확신. 누구에게도 당당할 수 있는 자신감.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뚜렷한 주관. 감정 변화에 대한 상세한 사전 지식. 요동치는 감정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단단함. 어떤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런 강인함이 마음에 든다. 어디에 내놓아도 한눈에 확 튀는 뚜렷한 색채가 속 시원하다. 타인의 시선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뭉개버려 주는 자유함. 눈칫밥으로 딱딱하게 뭉친 어깨가 부드러워진다. 자신에게 밑바닥까지 적나라하게 솔직할 수 있는 뚝심. 본인의 불 같은 욕망 앞에 한 오라기 위선이나 거짓이 없는 투명한 순수. 5살 배기 내 조카가 부릴 수 있는 욕구에 대한 황소 같은 몰입. 


나는 타인에게,
나 자신에게,
나를 몇 % 나
보여주고 있는가. 

과거든, 미래든, 현재든, 웃음이든, 울음이든, 거짓이든, 진실이든, 욕망이든, 이성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오기든, 희망이든, 고집이든, 화해든, 완벽이든, 허점이든, 좋든, 싫든, 만족이든, 불만이든, 힘겨움이든, 활기참이든, 화창함이든, 우울함이든, 위선이든, 본심이든, 허위든, 가식이든, 진심이든, 속내든, 사랑이든, 미움이든, 아픔이든, 건강이든. 1분 1초 단위로 매 순간 변하는 나의 감정과 나의 예민한 마음 앞에. 나는 몇 분의 몇이나 솔직한가. 


누군가 비난할까 봐 자꾸 나를 숨기고 말을 아끼고 모임을 피하고 저 사람이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할지 전전긍긍하는 불쌍한 모습. 나를 아는 이 사람과 저 사람이 함께 모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러워 부정하고 싶고 내 생각을 알면 또 돌을 맞을까 봐 아예 입을 다무는, 상상 밖 의외의 나. 그게 과연 '나'였나?


다듬어졌다, 둥글어졌다는 말이 싫다. 

정확히 말하면 서글프다. 세파에 지칠 대로 지쳐, 포도청인 목구멍 때문에 나 자신이 소멸된 것 같아서. 허울뿐인 내 모습이 아니라 진짜인 나는 허공 속에 산산이 부서진 것 같아서. '나'로 살지 못한 내 모습이 오늘도 안쓰럽고 미안하다. 



이전 17화 자유의 딜레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