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배관공사날이 바로 내일인데 날씨가 추워 미뤄야겠다는 연락을 갑자기 받았다. 겨울 날씨야 추운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지난주부터 잡힌 약속이었고 일기예보엔 오늘보다 날도 더 풀린다 하는데...공사할 사람이 못하겠다 하니 이 분야에 무지한 나로선 마땅히 할 대꾸도 없었다.
"담주에도 추우면 어떻게 해요?"
"또 미뤄야지요"
백년 만에 몰아친 강추위도견디며도시가스 들어오기만을기다린지꼬박 3년째건만,대책 없이 미룬다는 말이참 성의 없는 대답으로 느껴졌다. 그나마 한달 전 계약서 작성 후, 이제 드디어 공사를 하려나보다 싶었는데 관할지자체 승인에 무슨 서류 심사에 머가 그리 복잡한 건지.
같은 값에따스한 겨울을 지날 수 있겠다는 기대는 무시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소식도 없더니, 덧붙여 돌아온 말이 12월은 넘어서야 공사가 시작될 것 같다고.거기다 난방유가격이 배나 올라 한 드럼 가격이 32만 원임을 알았을 때, 왜 지난번 주문 때 기름을 더 채우지 않았을까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11월 말즈음,20만원치기름만 보충하면가스공사 전까지 아쉬운 대로 쓰겠다 싶어 주문을 넣었다. 드럼단위로 주문을 받지만 한 달 내로 도시가스공사가 있다 하니그냥 넣어주셨다. 통에 쓰다 남은 기름도제법 있다며 이정도면 넉넉히 쓰겠단다. 과연 그럴까? 그럼 얼마나 좋을까.
넉넉하겠다의 기준에 대해 다른 집사정은어떤지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넉넉함은 80 노모와 중년부부, 그리고 아이 4명까지 온 식구가일주일에 서너번따뜻한 물로샤워하고,침실 3개와주방 거실까지 얇은 카디건 하나를 걸쳤을 때 약간의 훈기가느껴지는 정도다. 이랬을 때 보통 겨울철 실내온도가 16.17도이다(보일러를 틀었을 때)
너무 추운 거 아니냐고?
실내에서 반팔차림으로 다니는 요즘 아파트를 떠올리면 안 된다. 동서남북 겨울바람이 틈새마다 스며들어오고 벽과 창문으로 냉기가 오롯이 전해지는 지은 지 32년 된노후주택이다. 찬바람을 나 홀로 덩그러니막아서야 하는단독주택은 위아래로 연결되어 서로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아파트에 비해온도차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오래된 주택이 많은 우리 마을에사시다근처 아파트로 이사하신 어르신들이 한 해 겨울만 넘기셔도이구동성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