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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abica Duck Jun 30. 2022

이집트에서 날아온 편지,

이집트에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이집트에서 안부 묻습니다, 편지같은 감성을 담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부디 글에 담긴 마음을 읽어주시길 바라며,


안녕하다는 말은 인사를 넘어 안부를 담은 표현이라 하죠. 그런 의미에서 먼 이국에서 안부를 여쭙니다. 그곳은 괜찮은가요. 여행을 떠난 지 3달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여행을 시작한 지가 가깝지만 어느 기점부터는 여행을 마치기 까지가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안녕할 수 있는 삶을 간직하길 바랍니다. 삶은 간직이라는 말을 할 만큼 따뜻하고 소중한 것이니 말입니다. 사람의 몸이 따뜻한 것도 소중하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죠. 

이곳의 바람은 시원합니다. 한국의 여름 바람은 기억에 습함을 동반하고 있어 다소 불쾌감을 자아내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부디 여름 바람에 열을 받기보다는 체념하지 않고 열기를 이기기 위한 몸부림을 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선인들의 말은 후손으로 지키는 것도 한 편으로는 보기 좋을 테니 말입니다. 하하, 건조한 이집트에서 이 말을 해서 한국에서 날아오는 돌을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 편드는군요. 다만 이집트의 열기는 한국보다 더 강해 이곳은 가만히 있으면 습하지는 않아도 기본적으로 더운 땅, 공기, 하늘로 인해 선풍기를 틀어도 견디기 어렵답니다. 다만 이곳에 평생 살아온 이들은 그런 더위는 아랑곳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도 하고, 팔다리 모두 긴 옷을 입기도 한답니다. 매일 이들을 보며 제 어머니가 그렇게 집에서 양말 벗고 있는 나에게 덥다며 양말을 벗으라 했던 기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기분이란 이렇게 돌고 도는 거군요.

저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밖을 나가봤습니다. 이집트에는 1 억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그 많은 사람 중 대부분이 카이로에서 매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지쳐, 그들이 조금은 안에서 가만히 있을 때의 카이로를 보고 싶었습니다. 결국 마음이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늦게 잠에 들었음에도 아침 일찍 나갈 만큼 마음이 컸고, 카이로의 거리는 상당히 조용했습니다. 열흘간 느낀 카이로가 새롭게 보이더군요. 금방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해 다시 내가 알던 카이로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자주 일찍 나가 걸어 다니며 내가 느꼈던 새로운 카이로도 하나의 카이로로 모으려 합니다. 사실은 아무도 없는 그 거리의 분위기를 더 사랑하기도 하고요.

내가 이곳에 언제까지 있을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길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은 작업하기 위한 도시로 왔고 작업만 하고 바로 다음 도시로 떠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길게 머물게 되었습니다. 카이로에 도착한 날 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사전에 만나기로 했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한국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던 도중 도움을 많이 받게 되었고 잘 맞아 자주 만나 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7월 10일에 이슬람 축제(혹은 이집트 축졔)가 있다며 저에게 함께 축제에 가자고 했습니다. 기존보다 열흘 이상 더 머물게 되는 결정이었지만 저는 고민 없이 알겠다고 했고 비자가 만료되는 한 달을 채우고 이곳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전적으로 이 친구와 노는 것이 즐거워 내린 결정입니다. 국적도, 인종도, 문화도, 종교도 다르지만 관계란 그것들에 속하는 것이 아님을 느끼는 중입니다. 남은 날들도 더 재밌는 시간을 보낼 것만 같은 기대감이 큽니다.

이집트에는 구름을 보는 것이 힘듭니다. 겨울에는 기온이 많이 낮아지는 만큼 비도 오고 하지만 여름에는 건기라 비가 아예 안 온다고 하더군요. 책에서만 보던 내용을 실제 현지인에게 듣고 경험하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놀랍습니다. 길거리에는 급수대가 설치되어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애용할 수밖에 없을 만큼 금방 목이 마르곤 합니다. 물론 이곳에 살아오지 않은 나이기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마 많은 급수대, 또 음료 장사를 하는 상점들, 심지어는 음료통을 들고 다니며 음료 파는 것들을 보면 이 사람들도 목이 많이 마르긴 하구나 생각하곤 합니다. 매일 콜라를 한 잔은 사 마시는데 중독이 된 것인지 하루에 한 잔이라도 안 마시면 너무 갈증이 나더라고요,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이집트 남자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생각합니다. 한 번은 꼭 마셔야 하는,,, 저는 금단현상은 없지만요.

차들은 어떤가요. 저는 개발도상국의 한 가지 표상 중 하나가 교통이라고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차도 위의 차가 차로를 지키는지나 사람을 잘 살피는지 또 경적을 얼마나 울리는지에 따라 그 나라가 개발도상국인지 선진국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는 편인데 이곳은,,, 끝 모를 경적 소리와 의미가 없는 신호 그리고 차도선이 있습니다. 경찰의 통솔 이외에는 교통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편 같습니다. 이곳에 지내는 만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나도 어느새 적응해 한 명의 현지인처럼 지내고는 있지만 이곳을 떠나면 이게 그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실은 이미 한국의 교통이 그립기도 하거든요. 육교가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도 참 신기합니다. 굳이 위험한 목숨을 걸어가며 차도로 달려들거든요. 이해할 수 없지만 내 이해를 구한 적도 없으니 별 수 없겠지요.

이곳 사람들은 착한지 나쁜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을 할 즈음이면 나쁜 면도 보게 되고 나쁘다 생각하면 착한 면이 보이거든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적극적인 사람들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도 간다는 말이 있는 것이 어쩌면 이곳 사람들을 위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아는 척을 했다 멀쩡한 한국인에게 중국인인지 혹은 중국어를 하는 것을 보면 괜히 사람들이 미워지거든요. 가만히 지나가면 중간은 확실히 갈 텐데 말이죠. 다만 중간에 있는 좋은 사람들은 만날 때면 이들의 성격 덕에 내가 그나마 이곳에 조금 더 동화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앞으로 열흘 가량 이곳에 더 남아있을 예정입니다. 남은 기간 중에도 이집트에서 많은 것을 먹고 보고 경험하며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 좋은 사진과 글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여름의 열기를 글로 치환한 이 글을 읽어주셔 고맙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좋은 감상과 경험으로 더 맵씨 있는 글을 써보겠습니다. 장마철 몸조심하시고 곧이어 올 무더위 부디 잘 대비해 즐거움이 삶에 가득하길 소망하며,

Arabica 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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