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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Jul 27. 2022

고3 아들이 마음 터놓고
소통하는 엄마가 되는 비법

히로인 이민정님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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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님 / 40대 중반

아들 둘맘.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하면서 고기 쇼핑몰을 운영 중임.


고3 엄마. 이미 겪었든지, 앞으로 겪을 예정이든지. 당신이 엄마라면, 무서운 단어다.

그런데 아들이다. 사춘기 넘어서는 엄마랑 잘 말도 섞지 않는다는. 그런데 그 아들이 야구를 한다. 엄마는 그 운동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는.

 

물론 아침 일찍 밥 차려주고 늦게까지 기다려 주기는 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도 하고.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힘들어 하는 아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들도 마음을 열지 않고. 


당신은 엄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민정 님의 선택은 ‘보디빌딩' 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결혼 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고등학교때 까지는 미국에서 살았고 대학은 캐나다에서 나왔어요.  남편을 한국에서 만나서 한국에서 살게 됐죠. 그래서 통번역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직장을 그만뒀어요. 아이랑 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위해서요.


그런데 좀이 쑤셨어요. 뭐든 하고 싶었죠. 제가 원래는 뚱뚱했고 하체가 두꺼운 체질인데 제가 입을만한 슬랙스가 없는 거에요. 맞는 사이즈도 없고, 있어도 엄마가 아닌 출산 전 여성의 몸매에 맞춘 디자인만 있었고요. “이걸 내가 팔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대문을 뒤져서 적절한 슬랙스를 찾아서 하나 둘 팔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너무 장사가 잘 되는 거에요. 나중에는 자체 제작도 하고 사업을 꽤 키웠어요.


사업을 하시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신 건가요?

전혀요. 아예 안했어요. 저는 미국서 살았다보니 식습관도 빵 위주였고요. 건강 체질이어서 아픈데 없이 살기는 했는데요, 삶은 전혀 건강하지 않은 삶이었어요.


그럼 언제부터 운동을 하셨나요?


재작년에 사업에서 무슨 일이 생겨서, 안좋게 정리하게 됐어요. 돈 이런 것 보다도 제게는 너무 큰 상처가 된 일이었어요. 너무 속상해서 두달 동안 울면서 지냈어요. 예민해지고… 큰 애는 고등학생이라 뭐라 하지도 못하고 초등학생 둘째한테 신경질을 냈어요.


그렇게 힘들어도 먹는 건 또 먹었죠. 살은 찌고…그러다보니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한 거에요. 어린 애한테 화풀이나 하고… 상황을 돌이키고 싶었어요. 애들한테도 엄마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에게 상처준 사람들에게도 내가 잘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운동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우연히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일단 저를 꾸며보고 싶었어요. 인스타그램 보다보니 바디프로필이 유행인 것 같아서 두달 뒤에 바디프로필 날짜를 잡아 버렸어요


두 달 만에 바프 몸이 나오나요?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셨나요?


아뇨, 운동도 식단도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냥 막판에 좀 굶으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냥 홈트 프로그램을 따라했어요. 자세 같은 걸 제대로 했는지도 몰라요. 식단도 몰랐고요. 그냥 빵을 좀 덜 먹은 정도? 일단 

촬영 날짜를 잡았기 때문에 그때 까지는 계속 하긴 했죠. 


물론 사진은 잘 안나왔어요. 두달만에 몸이 나올리가 없잖아요?


그럼 바프를 찍고 나서도 운동을 계속 하신 건가요? 어떤 동기로 계속 하셨나요?

일단 조금 더 해보고 싶어서 한 홈트 앱에서 하는 챌린지에 신청했어요. 열심히 한 우수챌린저 4명을 뽑아서 함께 바프를 찍는 챌린지 였어요. 일단 챌린지에 참여했으니 열심히 홈트하고, 인증샷 올리고 그러다보니 최종 4인에 뽑혔어요. 


바프 준비 기간 동안 혼자 하면 무너질거 같아서 인스타에서 함께 운동하고 인증할 사람들을 모았어요. 그게 지금 하고 있는  ‘일단 시작하기 챌린지’예요. 


좋았어요. 그때 처음 운동의 희열을 느낀 것 같아요. 둘째 아들이랑 같이 처음으로 1시간 짜리 홈트 프로그램을 해 냈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피트니스 대회 준비는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그렇게 운동을 하다 보니, 큰 아들이 보였어요. 큰 아들은 야구를 해요. 잘 하는 애에요. 어려서부터 쭉 주장도 해 왔고.


그래도 슬럼프가 있잖아요. 그 때 뭐라도 해 주고 싶은데, 해줄 게 없는 거에요. 잔소리는 의미가 없고. 제가 야구에 대해 무슨 잔소리를 하겠어요.


애가 힘들때 의지할 수 있는 엄마였으면 좋겠는데, 아들은 10대 후반이라 나한테 말도 잘 안하고.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아들과 함께 도전을 해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날 밤에 아들을 픽업해서 오다가 물어봤어요. 엄마가 도전을 하고 싶다고. 피트니스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너한테 도전해서 힘을 주고 싶다고. 너 지금 시즌인데, 시즌 끝나면 해도 되겠냐고. 사실 고교생 엄마가 아들 돌보는 것 외에 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걸리긴 했는데요. 주변의 반응도 “미쳤냐" 수준이었고요. 그런데 아들의 반응은 완전 의외였어요.


“왜 시즌 끝날때 까지 기다려요? 지금해요. 나도 엄마가 나한테만 몰두하고 있는게 싫어요”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었던 거군요.

네, 부모가 자기 하는 모든 것을 1부터 10까지 걱정하는게 싫었데요. 그래서 도전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죠.


운동을 해보신 적이 없는데, 어떻게  시합 준비를 하셨나요?

처음에 PT를 받았어요. 그런데 영 별로였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정말 좋은 선생님을 다시 찾았어요. 수강료가 저한테는 굉장히 비싼 수준이었는데, 그래도 제대로 배우고 싶었어요. 운동도 할 줄 모르는 엄마가 처음 만나자 마자 “대회 그랑프리가 목표다"라고 하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자기는 몸이 전혀 준비 안된 분에게 함부로 대회에 대한 약속은 안해준다고 하더라고요. 대신 제대로 운동을 가르쳐 줄 자신은 있다고. 제가 딱 원하던 마인드라서 꼭 이분께 운동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제가 너무 운동을 못해서 진도도 느렸어요. 스쿼트 하나 제대로 하는데만 석달이 걸릴 정도로. 그러나 아들한테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어요.


궁금합니다. 엄마의 도전이 아들에게 진짜 힘이 되던가요?

큰 애가 성적이 안나올 때 제게 연락을 하면, 제가 운동하고 있는 사진을 답으로 보내줘요. 힘 내라고. 엄마도 하고 있다고.


그러면, 안그러던 애가, “나도 열심히 할게, 엄마도 화이팅" 이렇게 답이 와요. 전엔 그러지 않았어요. 거의 삶을 공유 안했죠. 그런데 제가 도전을 시작한 이후 점점 바뀌었어요. 제 도전이 잔소리보다 훨씬 용기가 되나봐요. 지금은 100%라고는 말 못하지만 삶의 대부분을 공유해요. 의논도 많이 하고요.


고교생 남자애가 바뀌는 건 쉽지 않은데요. 정말 힘이 되었나보네요.

최근에 생일이었어요. 큰애랑 막내가 “엄마가 자랑스럽다"라고 하더라고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어요. 아마 생애 가장 기쁜 순간이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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