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찢어지는 그 느낌

부모는 어쩔수 없다.

by 커피맥주

새벽에 공항 나가는 길이었다.

아침 비행기라 새벽 5시 반에 서둘러 일어나서 짐을 챙겨서 공항으로 딸을 배웅해 주러 가는 새벽이었다.

딸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커피를 살 수 있냐고 했지만 새벽이라 문을 연 곳이 없을 거라, 커피를 집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어딘가 구석에 있는 일회용 커피 컵들이 생각이 났고, 그래서 그 커피컵을 찾았다.

거실에 있던 눈높이 정도의 수납장이었고, 그거를 열어서 일회용 커피컵을 꺼내려 했다.

워낙 구석에 있다 보니까 커피컵 뚜껑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거를 급하게 주워 담았다.

빨리 공항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이 급했다.

딸과 내가 바쁘게 줍다가, 딸이 옆으로 굴러간 커피컵을 주으러 가려 일어나다가, 딸이 아무 말없이 있었다.

나도 정신없이 컵을 줍고 있는 과정이어서 딸도 컵을 줍고 있나 했더니, 머리를 감싸 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거실 수납장의 열려 있던 문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힌 거였다.

놀라서 살펴 보니 이마와 머리 경계 사이를 찍혔고, 피가 나고 있었다.

그 충격에 아이는 머리를 감싸 안고 앉아 있었던 거다.


그 순간, 내가 왜 그 일회용 컵에다가 커피를 담으려고 했을까, 왜 서둘러서 커피 컵 뚜껑을 떨어뜨렸을까, 왜 그 문을 열어놨을까 등등 수없이 많은 후회가 그 순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더구나 몇 시간 후면 혼자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 아이였다. 그 아이 이마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혹시 심하게 찍힌 건 아닐까, 안쪽까지 다친 건 아닐까, 뇌출혈이 일어난 건 아닐까 저 상처가 오래 지속되면 어떡하지? 등등 또 수없이 많은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정말 심장이 아파왔다. 내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이가 아프다는 거, 피가 난다는 거, 다쳤다는 것, 그리고 그게 심하게 다쳤을 수도 있다는 거, 그리고 그게 나 때문이라는 것 등등 수많은 후회와 걱정이 스쳐가면서 아이가 아파서 주저앉아 있는 그 모습에 너무너무 마음이, 가슴이, 심장이 아팠다.


처음 느끼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괜찮다고 했고, 피가 나는 곳을 남편이 살펴보더니, 다행이 모서리에 찍혔다기 보다는 스치듯긁힌거였다. 겉에서만 피가 나는 것 같다고 약을 바르고 밴디를 붙이고 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그렇게 공항에서 작별인사를 했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아이가 미국에 도착하고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는 근 하루 동안 너무너무 걱정이 되었고, 후유증이 있을까 봐 너무 걱정이 되었고 불안했고 미안했고 두려웠다.


하루 이틀 아이에게서 계속 이마는 괜찮니라고 물어봤을 때 괜찮다. 멀쩡해졌다.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내 마음에 둥둥 뜬 불안감이 조금 가셔졌다.


이 아이가 처음 다친것도 아니고, 내가 엄청난 사랑을 가진 부모도 아닌데,

아이가 많이 다쳤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에, 내 마음이 아팠던 것 같다.

내 심장이 찢기는 듯한 그 느낌은 정말 생소했고 마음이 너무 무겁게 짓눌렸다.

그런 마음이 전에도 있었을까 싶어 생각해 보니, 외국에서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날 밤, 그리고 큰애가 대학 수능 시험을 보고 생각보다 결과가 안 좋아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그날 밤이 기억났다.


근데 그때하고는 조금 마음이 달랐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세월호 부모들은 정말 살 수가 없었겠구나.

자식이 아프거나 다치면은 이런 마음이구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세월호 부모들이 그 아픔을 상처를 잘 보듬어 가며 잘 버텨 나가시기를 바란다. 결국엔 완전한 치유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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