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청소

기분이 가라앉을땐, 청소를 하자.

by 커피맥주

그냥 쿨하게

저 사람은 원래 그럴 이유가 있었나 보다. 그냥 그런가 보다.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이 잘 안 된다.

나는 회복이 느리다.

나는 누군가와 뭔가 다툼이 있거나 아니면 뭔가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을 때에, 그거에 대한 회복이 굉장히 느리다.

예를 들어서 남편과 돌고 도는 말다툼을 진이 빠지게 하고 났을 때. 또는 믿었던 사람들이 작은 배신을 해서( 예를 들면, 믿었던 학생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 내 계획이 틀어졌을 때, 그로부터 일상으로 돌아오기 까지 오래 걸린다.


그 계획이 틀어지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일까 아니면 그런 일이 결국 나 때문이라고 자책을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그런 결정을 하게 되기까지 내가 그동안 했던 일을 곱씹어 보면서 그 때 그러지 말걸 하는 그런 미련 때문일까

그런 생각들이 옮겨 다니면서, 맴돌면서, 그런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회복되기까지 최소한 하루 이상, 어떨 때는 이틀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아무것도 못하겠고 사람이 멍해지고 뭔가 의욕도 생기지가 않고 그냥 멍하니 그냥 그냥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무기력. 그 자체다.

내가 그렇게 애를 썼는데 잘해주려고 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데서 오는 무기력함.


동굴 속에 웅크리고 있는 느낌.

그러면서, 나도 안다. 나 때문일까? 라는 그런 자책은 정말 쓸모없다라는 걸.

그냥 쿨하게 저 사람은 원래 그럴 이유가 있었나 보다. 그냥 그런가 보다.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이 잘 안 된다.

화살은 나에게로 돌아와서 나는 왜 그럴까 내가 뭐가 문제였을까? 등등.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자책하고 헤집고, 그렇게 되는데 그게 너무 고통스럽다.

그게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루프에 빠져버린다.

그렇게 하루 이틀 무기력하게 있다보면, 조금 옅어지고, 그리고 나서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가 있다.


그래서 요새는 안 그러려고 노력을 한다.

저 사람은 원래 그러니까 저 사람의 이유가 있겠지.

뭔가 나하고는 상관없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그리고 늘 부정적으로 자라나는 생각을 자르려고 한다.

내가 뭘 할 수 있어?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그러면 하지 말자.

생각도 하지 말자. 그냥 맡기자. 흘러가는 대로 모든 것은 다 순리대로 갈 것이다.

내가 억지로 뭘 한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계획을 한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지, 그게 내 탓도 아니고 상대방 탓도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도 그런 상황이 주어졌을 때 하루 정도는 정말 머리가 멈춘 듯이

온몸이 기력이 없는 듯이 동굴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내가 힘들다.

그럴 때 달리기를 하러 나가 볼까? 싶지만, 정말 어렵다.

평소에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문턱 에너지가 1이라면 그럴 때는 정말 10배 이상인 것 같다.

나가기가 너무너무 힘이 든다.


그래도 뭔가 이렇게 웅크리고 있는 내가 싫다.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나의 그 수간 하루하루가 하루하루를 낭비한 느낌.


그래도 찾은 나만의 한가지 해결 방법은 청소다.

그럴 때 나는 청소를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정리하고 쓸고 닦고 버리고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도 토요일 일요일 계속 열심히 청소를 했다.

그래 그게 어디랴? 청소를 하자.

집이 많이 깨끗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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